인문학과 사회과학 책은 궁극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 읽는 것입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하고자 하는 목적도, 궁극적으로는 글쓰기를 통해서 완성됩니다. 이번에는 글을 쓰는 데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까에 대해서 이야기드리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박학다식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취미생활로서 책읽기의 목표는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대안사회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빗나간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기억력이 특출한 사람이 아닌 한 달성하기 힘든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역사책이나 철학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글을 쓰지 않고 단지 머리 속에만 정보를 갖고 있다면 술자리에서 몇번 그 박학다식함을 뽐낸다 하더라도 몇달만 지나도 흔적도 없이 그 정보들은 사라집니다.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상대방과 토론을 할 때에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황하는 까닭은 말의 힘이 그 명료함과 논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권위에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5분 정도 분량으로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면, 상대방이 그것에 대해서 잘 모르지 않는 한 충분히 그렇게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그 설명을 듣고 대화나 토론을 이어가면 됩니다.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바쁜 사람으로서 글을 쓰는데 시간을 어떻게 잘 사용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단, 세상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간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최소한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 헛되이 시간을 뺏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써서는 안되겠습니다. 일기글나 친구끼리 주고 받는 편지가 아닌 일반 공중에게 보이는 모든 글은 중요한 할말이 있을때 쓰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일기이면서도 일기가 아닌 형식의 블로그나 싸이월드의 글들은 분명 다른 사람의 시간을 부당하게 뺏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물론 그 블로그들을 보는 사람들이 시간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10년이 지나서 블로그를 보는데 시간을 투자한 것을 다 합치니 3개월 정도가 되는데 별로 남는 것은 없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 의혹은 부당한 의혹이 되겠습니다만. 일기는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 쓰고, 다른 사람이 보는 글은 그 글을 보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써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글은 명료하게 써야 하고 말의 수는 절약되어야 합니다.
명료하고 절약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글을 써야 된다는 주장은 애초에 글쓰기에 어떻게 시간을 잘 쓸까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큰 관계가 있습니다. 글은 생각이 많고, 그 생각들이 정리가 되면서, 목구멍까지 말들이 끝없이 논리적으로 치밀어 오를때 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목구멍까지 말들이 치밀어 오르게 될까요.
(1) 독서를 할 때 자신이 관심있고 더 생각하고 싶은 포인트는 노트에 페이지를 표시하면서 요점을 정리한다. 관련된 중요한 논거와 정보 역시 페이지를 표시하면서 노트에 요점을 정리한다.
(2) 요점 정리된 노트를 바라보면서 짜투리 시간에 생각을 한다. 친구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제까지 떠오르는 의문에 대해서 같이 논의해 본다.
(3) 생각들이 더 발전되어 이전의 문헌에 없던 무언가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생각의 뼈대를 정리한다.
(4) 누군가에게 강의한다는 기분으로 머리 속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의 요점이 있거나, 멋진 말이 있으면 그때 그때 노트에 정리한다. 노트는 따라서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손바닥 두개 합친 크기보다 작은 것에다 부피도 작아야 좋다.
(5) 이제 머리 속에서 계속 강의가 맴돈다.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노트를 보면서 글을 써낸다.
(6) 써낸 글을 보면서 절약해야 될 부분을 절약한다.
(7) 블로그나 일반자료실에 글을 올린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되면 컴퓨터 자판위에 손을 올려 놓고 커서를 바라보는 일은 생길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으니, 글을 읽은 사람 중에서도 완전히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겠지요.
물론, 자유게시판에는 이렇게 정제된 글 이외의 글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인터넷에 (일 외에) 하루에 40분 이상을 보낸다는 것은 삶을 잘 살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timewrite.rt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