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평등해야 건강하다>라는 리처드 윌킨슨의 책을 요약한 것입니다.
괄호 안은 요약자의 덧붙임입니다.
0교시 및 우열반 규제 폐지로, 앞으로 학생들 반 이상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열등함'의 표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내놓고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정말로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수월성 효과가 있는가?" "일부만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나머지는 오히려 낮추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 학생들의 성격형성과 건강에 미치는 큰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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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사회윤리학에 갖는 함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결과평등 또는 불평등 격차의 정도에 대해서 우리는 모종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롤즈의 '차등의 원칙'은 사회구성원이 물질적 수준의 '절대적인 양'에 관심을 갖지 '상대적인 양'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구성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회구성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초재의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희소재 접근성의 '상대적 지위'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아직 권리의 수준으로 승화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위 격차가 크다'는 사회의 상태 자체가 다수 구성원의 건강에 평균수명 5년 이상 및 살아가는 동안의 질병 정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마치 '의료보장을 누군가는 받고 누군가는 전부 받지 못하여' 5년 이상의 평균 수명 차이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정의 상태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위 격차가 큰' 상황이 '지위 격차가 적은' 상황으로 바뀌는 데 구성원은 모종의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할 것이며, 문제는 이 권리의 경계와 범위를 확정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초재의 절대량에 대한 이해관심을 전제한 롤즈의 '차등원칙' 보다는, 불균등한 운과 불운, 그리고 재능을 전제한 드워킨의 '보험가설 전략'을 통해서, 새로이 파악된 과학적 사실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용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득, 권력, 명예의 상대적 차이를 결정할 보험을 결정함에 있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게 되면 건강이 크게 나빠진다는 사실은, 보험료율 및 보장수준을 결정하는데 크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되기 때문입니다. 도출될 세율 및 권력구조의 불평등도는, 가설적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가입해야 할 평균적인 보험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이는 '권리'를 확정하는 결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권력구조에서 '통제력'에 대한 권리는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될 지 모릅니다. 다만, '소득'의 불평등 수준에 대해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전통적인 법 구조 내에서는 다소 부적절한 일이기는 합니다. 이는 따라서 아래와 같은 희소자원의 '유동성 제한'을 통해 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왈쩌가 이야기한 '복합평등'을 제도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집니다.
인간은 개코원숭이나 짧은꼬리 원숭이와는 달리,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위계서열의 영역이 다양합니다. 주말축구클럽에서 주장인 말단 공무원은 아무 취미도 없는 말단 공무원에 비해 스트레스도가 낮을 것입니다. 학회에 속해서 꾸준히 연구논문을 발표하거나 번역서를 내는 직장인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소득이 적음을 한탄하거나 누군가에 꿀린다는 느낌을 갖는 일이 드뭅니다.
'복합평등'이란 사회적 의미를 달리하는 제반 재화들의 분배 방식이 서로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돈에 의해서 학력을 사거나, 정치권력을 쥐거나, 명예를 얻을 수 있거나, 존경을 받거나,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합법적 권위를 가지거나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각 영역들의 재화는 서로 호환성이 낮아야 합니다. 특별당비나 차입금을 내고 국회의원 자리를 얻는 것은 이러한 복합평등이 매우 훼손되었음을 뜻합니다. 복합평등은, 희소자원들 간의 유동성을 제한하는 다양한 사회적 장치를 통해 추구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부금 입학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거나, 대통령이나 대기업회장이 단순히 그 지위를 이유로 명예학위를 받거나 하는 일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갖는 과도한 유동성을 제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첫째 함의에서도 지적했듯이, 복합평등에 대한 권리를 추구하기 위해서 '돈'이라는 특정 영역의 사회적 재화의 유동성을 제한하는 일이지, 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로써 해석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별당비를 내고 비례대표직을 산다는 것은 실존적 가능태일 뿐이지, 돈이 많은 사람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셋째,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 제도와, 경제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사회윤리적 차원의 이유에 한 가지를 더 추구하게 됩니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는 '위계질서 또는 호혜적 관계 속의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이기적인 소비자로서의 개인' 즉, 외생적으로 주어진 정치 선호에 의해 독립적으로 정당을 투표하는 개인을 전제로 짜여진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정책이나 제도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실종됩니다. 다른 한편, 가파른 위계서열을 발생시키는 기업이라는 경제조직 구조는 그 생활 자체만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므로, 대안적 경제조직 실험 및 확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