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게시판에 올라왔던 공공부문 민영화 관련 질의 응답을 정리했습니다.

2008/04/16 
Q) almotasim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후 공공부문의 민영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이한님을 비롯한 이곳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 생각과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공부문의 민영화로 인하여 자본의 지배영역이 확대되며, 동시에 시민들이 정치참여를 통하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축소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반대합니다.

2. 그러나 미시적으로 본다면 민영화가 바람직한 부문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두 가지로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우정사업본부, 농촌진흥청 등 공무원조직의 공기업화 혹은 민간조직화
b) 산업은행,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의 민영화(주식매각)

이 가운데 b의 경우는 1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본의 지배영역이 확대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의 경우에는 공무원조직의 경직성으로 인해 비효율이 초래되므로 바람직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공무원조직은 인사, 예산에서 엄격안 법적, 제도적 통제를 받습니다. 예컨대, 우체국의 인원을 1명 더 늘리는 것도 행정기관의 직제를 개편하여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위해서 운영의 탄력성이 보장되는 공기업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자본의 지배영역이 확대되고 시민의 참여영역이 축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만, 한 조직이 공공부문에 속해있는지 여부가 자본의 지배영역에 속하는지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법률을 통해서 사후규제 할 수 있다면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차이는 크게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위의 글에서 제시된 a와 b의 경우 모두 민영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통신부문의 경우 시내전화는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로 규정되어 있고, 따라서 시내전화 가입자 망을 보유한 KT에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의무가 법적으로 부과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는 보편적 서비스제공으로 인하여 KT에게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법률의 입안을 통하여 민간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면 반드시 '공공부문의 민영화 반대'가 진보진영의 주장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민간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법률을 입안하고 통과시킬 수 있는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공공부문 민영화를 저지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a의 예와 같이 과도하게 통제되는 부문이 있다면 그것을 풀어서 효율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에 대한 이곳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이한
      [re]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첫째, 공무원 조직을 공기업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답변 드릴 수 없습니다.
둘째,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장하준 교수의 <국가의 역할>을 읽고 정리하는 것이 제 깜냥에 대답 드리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특히 위 책의 제9장이 그에 대한 논의인데,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명제들을 구성할 수 있겠습니다.

1. 공기업 실적은 최고에서부터 최악까지 있다.
2. 기업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즉 시장 경쟁의 수준, 기업의 규모와 설립 연수, 유치 산업이냐 사양산업이냐 성숙산업이냐 등 산업의 발전 상태 중에서 소유형태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경쟁이 독점상태인데 소유형태만 바꾼다고 해서 실적이 향상되기보다는 단지 거대한 사적 지대추구부문만을 창출하는 것일 수 있다)
3. 공기업을 지나치게 분산매각하게 되면 주인-대리인 문제 때문에 경영감시 기능이 어렵고, 지나치게 소수에게 매각하게 되면 헐값으로 매각된 독점기업으로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정실 자본주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한국은 후자 쪽)
4. 소유형태 변환보다도, 공기업 실적 향상을 더 직접적으로 도모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1) 목표의 명확화와 적은 수의 목표간에 우선순위 정하기, 정보 수집의 개선, 인센티브 개혁, 비용이 적게 되는 감시 제도의 수립 등 조직개혁으로도 상당한 효율성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2) 다른 공기업과의 경쟁(영국에서 국영 버스와 국영 철도가 경쟁), 국내 사기업과 경쟁, 수출시장에서 경쟁 등을 촉진하도록 환경 및 법규를 조성하는 것은 독점 상태를 그대로 두고 소유자 변경을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3) 공기업과 관련된 후견주의적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정치개혁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발도상국에서는 민영화된 독점 사기업을 중심으로 후견주의 유착은 계속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면서도 규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규제는 쉽게 풀리지만, 다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소유형태가 공공부문에 남아 있으면 규제를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FTA가 통과되면, 민영화된 부문의 독점적 이윤추구권은 투자자-국가 제소조항 및 역진금지조항을 통해 후퇴불가능한 정도로 보호될 것입니다. 물산업 등 핵심 부문의 민영화가 이러한 투자자 보호 조치와 맞물려 이루어졌을 때 실적 향상, 즉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공공부문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일단 저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0) 일단 공기업 민영화 반대 입장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구체적인 증거를 보면서 그 default상태에서 움직일 근거가 있는지를 아래와 같이 검토해 나간다.
1) 일단 공기업 실적에 대하여 평가하기에 단순한 비용-수익 기준이 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검토 해본다.
2) 존중할 만한 복합적 기준에 의해서도 실적이 낮음이 인정된다면, 소유형태를 공공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조직개혁 등으로 이를 타개할 방안이 있는가를 고민해 본다.
3) 그래도 아무 방안이 없다면, 과연 민영화를 하면 뾰족한 방안이 생기는지 의문해 본다.



 almotasim
Q)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자세한 답변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국가의 역할>을 시간나는데로 찾아서 읽어 보겠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현재 공무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를 공기업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였습니다.

이한님의 답변이 직접적인 해답은 되지 않지만, 덧글에서 말씀하신 일반적 기준을 우정사업본부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무원조직이 공기업으로 변화되는 경우에 주식발행과 매매가 수반된다면 소유권이 독점자본이나 외국인에게 이전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또한 규제를 통하여 막더라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공무원조직의 공기업화와 공기업의 민영화는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FTA가 통과되면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소유지분제한이 완화되는데요, 이것이 투자자-국가 제소조항과 역진금지조항과 결합하여 보편적 통신서비스의 제공이 보장되는 현재의 제도가 무너지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끝으로 조금 다른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답글에서 말씀하신 장하준과 관련된 사항입니다.

저는 장하준의 저서중 <나쁜 사마리아인들>만 읽어보았습니다. 그 책에서 장하준은 '국가의 경제성장'을 절대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현재 전지구적으로 추진되는 자유무역, 저작권 강화, 공기업 민영화 등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없는 정책이므로 타당하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장하준의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신자유주의 정책의 허구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장하준이 전제하고 있는 '성장제일주의'와 '국가중심적 관점'에는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성장제일주의는 생태주의적 관점과 어울리기 어렵다는 점, 국가중심적 관점은 계급적 사고를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이 취해야 하는 입장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제일주의와 국가중심주의적 관점이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극대화된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에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이 장하준의 입장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해고 있습니다.

이한님은 장하준의 견해에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계속 귀찮게 질문드려서 죄송합니다.)


A) 이한
어제 써놓 댓글이 저의 조작실수로 날라가서 적은 글 요약만 합니다.

1. 장하준 교수는 '경제성장에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이일 뿐입니다. 그것은 그의 연구주제일 뿐이지 경제성장 제일주의 나 국가중심주의가 아닙니다.

2. 생태주의적 발전은 물리적 산출물의 증가라는 전통적인 성장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다른 연구자들이 할 일입니다. 장하준은 여하한 발전 과정에서든,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시사를 줄 수 있습니다.

3. 장하준의 제안은 10-15년 정도의 단기적 전망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그가 주요하게 목표로 하는 것은, 복지정책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그리고 선별적 산업적 정책을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국가역할의 제도적 토대입니다.

4. 장하준의 FTA 반대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5. 국가중심적 관점이 계급적 사고를 마비시킨다는 명제는 국가중심적 관점과 계급적 사고, 마비의 각 의미가 명확히 정의되어야 어떤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RE) almotasim
자세한 답변에 또 감사드립니다.
이한님의 말씀처럼 장하준의 연구영역과 관점을 혼동하였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제 글에서 사용한 "계급적 관점"이라는 말은 "결국 그러한 경제발전이 노동자 계급에게 어떤 이익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이한님 글처럼 장하준이 직접 그 문제에 대답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장하준의 재벌보호 논리로 인하여 그가 계급적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재벌을 보호하여 국내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과 외자유치를 통하여 산업발단을 꾀하는 것 모두 경제적 권력을 자본가에게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는 "국가의 발전"만을 생각하고 계급적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한님 말씀처럼 그의 논의는 분명 신자유주의에 맞선 현실적인 제안 중 하나임에는 분명한 것 같고, 그의 다른 저서를 보면서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겠습니다.

아무튼,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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