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전환의 기술(Art of Behavior Switch)

 

1. 행동 전환의 기술이란 무엇인가

 

행동 전환은 해리 프랭크푸르트가 말하는 고차적 자아(higher order self)가 저차적 자아(lower order self)의 무게를 이기고 통제하는 사건이다. 고차적 자아는 자신이 장기에 걸쳐 동일시하는 심층적 가치와 기획을 추구하는 자아다. 저차적 자아는 그때그때의 지나가는 욕구에 반응하는 자아다. 해리 프랭크푸르트의 독특한 용어법에 따르면, 자유의지 논의 평면에서 우리가 바라는 자유의지란, 저차적 자아를 만족할 만큼 충분히 통제하는 고차적 자아의 능력이다. 

자유의지에 관한 프랭크푸르트의 논의가 타당한지는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그러나 어쩄든 고차적 자아가 저차적 자아의 무게를 이기고 통제하는 힘을 갖는 것이 가치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냉정히 관철해보면 인간이 가진 이 힘의 크기는 초라한 것 같다. 인간의 몸은 다른 사정들이 동일하다면(other things equal) 저 에너지 준위에 머무르게끔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이 저 에너지 준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다른 사정들'은 실제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첫째, 해야 할 행위가 단순한 행위로 분명히 외부에서 제시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행위를 하지 않으면 곧 가해질 외부의 압력이 있다. 또는 둘째, 임계치를 넘는 몸의 불편감-배고픔, 추위, 변의 등등-이 있다.

 

첫째의 예를 우리는 군대에서 볼 수 있다. 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입대 후 기상 나팔 소리에 깬 다음 재빨리 침구를 정리하고 군복을 입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할 일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주위의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의 예로, 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오줌보가 가득 차서 무슨 활동에도 집중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는데도 화장실에 가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은 문명이 크게 복잡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기 충분했다. 왜냐하면 그 때에는 신체상의 불편감과 할 일이 직관적으로 직결되어 있음을 쉽게 자각할 수 있었거나, 공동 활동을 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생활 사이클에 함께 묻혀서 움직이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채집을 하거나 사냥을 한다. 채집이나 사냥을 하지 않으면 배가 계속 고플 것이다. 자신은 채집이나 사냥을 하지 않고 당장 주위의 압력이 가해진다. 농경 시대에도 각각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도 상당히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노동 사이클이 공동으로 짜여져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족들이 다 함께 일을 나가자고 한다. 함께 일하는 마을 사람들도 다들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문명 사회가 되면서 이 '다른 사정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인생 계획을 따라 가기에는 부족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자격증을 따서 그 자격증이 있어야만 종사할 수 있는 직업을 수행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따르고자 하는 젊은이를 생각해보자. 이 젊은이의 계획 실행을 관철하는 아무런 당장의 주위의 압력도 없고, 또 생체상의 임계치 이상의 불편도 없다. 그래서 신체상의 불편감과 자신이 주되게 할 일이 직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학원에 가서 얼마 안 되는 시간의 수업을 듣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이 홀로 하는 학습과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공동의 싸이클에 몸을 내맡기면 되는 조건이 더 이상 충족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젊은이는 생활의 상당한 부분을 저 에너지 준위에서 머무르면서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해 괴로워하는 데 쓴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갈 때도 시간이 걸린다. 한참을 꾸물대고 하나의 행동에서 다음 행동으로 스무스하게 연결이 잘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하는 도서관에 도착해서도 곧바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는다.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한참 그것을 보는 데 시간을 보낸다. 일과가 끝나고 집에 와서 헬스를 가야 하는데도 꾸물대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데 시간을 보낸다. 각 휴식 시간들이 정확히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냥 빠져들어서 거기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식으로 된다. 그래서 실제로 진정으로 즐기는 시간들은 얼마 되지 않고, 나머지는 아, 왜 이러고 있지, 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있으면서 그냥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태는 극단적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십여년 전까지 신림9동에서는 사법시험 일주일 전이면 흔히 '울면서 스타크래프트 하기' 현상이 목격되곤 했다. 이들은 시험이 코앞으로 '이럴 때가 아닌데에에에'하고 마음속으로 울부짖으며 괴로워하면서 스타크래프트를 계속 했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상태는 저준위 상태다. 시험이 코앞인데도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오히려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극단적 현상은 보다 일상적인 현상이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다. 평소에 저에너지 준위에서 쉽게 벗어나는 요령을 가졌던 사람은, 울면서 스타크래프트 하기를 할 일이 없다. 반면 그런 요령이 없는 사람은 결국 이제와서 덤비기에는 너무 큰 과제를 맞이하게 되고, 그 바람에 더더욱 저에너지 준위에 머무르게 된다.

그런데 저에너지 준위 상태라고 해서 늘 피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적정한 휴식은 가치 있다문제는 울면서 스타크래프트 하기에서도 보여지듯이, 오히려 비가치(disvalue)를 산출한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저에너지 준위 상태로 쉽사리 빠져들거나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저차적 자아는 그 상태에 달라붙어 있고 싶어하지만, 보다 심층적인 소망과 기획을 반영하는 고차적 자아는 울게 된다. 이것이 고차적 자아조차도 승인하는 적정한 휴식과 울면서 스타크래프트 하기가 다른 점이다.

 

결국, 오늘날 복잡한 문명의 구성원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것 중 하나가, 몸의 불편감이나 주위의 즉각적 압력과 같은 외부 사정이 없더라도, 행동을 전환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행동 전환의 기술은, '가치 있는 행동들을 하는 와중에 비가치를 발생시키는 저준위 상태로 엉뚱하게 빠져들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이미 비가치를 발생시키는 저준위 상태에 빠져들었지만 자각하는 순간 곧장 고준위 상태로 전환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 저준위 상태의 기제와 두 가지 전환 기술

 

저에너지 준위에 들어가서 거기서 머무르는 것은 습관이다. 인간의 습관적 행동은 분절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로 묶여 있다. 신호가 주어지면 그 신호가 계기가 되어 일련의 행동연쇄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습관적인 행동연쇄가 끝났다는 신호가 주어지지 않으면 계속 그 연쇄고리 안에 머무르게 된다.

퇴근을 하고 샤워를 하기 전에 넥타이를 풀어 놓고 TV 리모컨을 켜고 소파에 앉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은 6개월 정기권을 끊은 헬스를 가지도 않고 계속 재미도 없어 하면서 TV를 보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 침대에 누워서 계속 스마트폰을 하다가 늦게 잔다. 이런 식으로 계속 되니 직장 다니는 것 외에는 늘 하는 일이 없다.

이 사람의 경우에는 퇴근 직후 집에 와서 불을 켜는 순간 이미 신호가 주어진다. 소파가 눈에 보이고 TV가 눈에 보인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해서 TV 리모컨을 켜는 순간 행동 연쇄가 개시된다. 그리고 찝찝함이라는 몸의 불편감이 추동하지 않는 한에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물론 그렇게 머무르면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생각은 많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인 제안을 도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추동력이 여러 면으로 흩어져버린다.

이런 메커니즘을 찬찬히 살펴보면, 결국 두 가지 요령이 있음을 알게 된다.

첫째는, 저준위 상태로 빠지는 신호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받지 않는 생활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위 사람의 경우에는 집에서 TV와 소파를 치워버린다면 그런 신호를 받지 않을 것이다. 만일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TV 전원 플러그를 빼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니면 집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을 갈 생각을 하지 말고, 헬스장을 바로 들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헬스장에서 헬스를 하고 샤워를 하면 상당히 기분이 쇄신되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할 에너지를 더 얻게 된다. 그래서 이를테면 스터디 카페에서 책을 한참 읽다가 집에 들어갈 수 있다.

둘째, 일단 저준위 상태로 빠지는 신호를 받은 경우 아니면 그 신호로 인해 이미 저준위 상태에 빠지게 된 경우, 이를 알아차린 순간 고준위 상태로 전환하는 루틴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처음에는 필요해서 휴식을 취하려고 소파에 앉았더라도, 이제 30분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청소나 다른 활동을 해야 한다면, 그 활동 전환을 하도록 강제하는 신호, 그 신호에 따른 해석, 해석에 따른 행동 덩어리로 이어지는 루틴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여기서 첫째 전략을 세이렌 소탕 전략이라고 하겠다. 지나가는 선원을 노랫소리로 유혹에 바다로 빠뜨리는 세이렌들이 있는 곳을 소탕하는 것이다. 그러면 세이렌들이 줄어들 것이어서, 의지력 소모가 적게 된다. 첫 번째 전략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그냥 자기 생활 사이클을 찬찬히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제거할 수 있는 세이렌을 최대한 제거하면 좋다.

 

두 번째 전략은 오디세우스 부하 이어폰 꼽기 전략이라고 하겠다. 세이렌 중에는 소탕이 사실상 어려운 세이렌이 있다. 예를 들어 가족과 같이 살고 가족이 TV를 보길 원한다면 TV를 독재자처럼 없앨 수 없다. 그리고 TV보다는 요새는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더 큰 세이렌이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세이렌은 거기 있다. 세이렌이 있는 곳을 지나면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바다에 퐁당 빠지게 된다.

그렇지만 귓구멍에 이어폰을 꼽고 다른 노래를 들으면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세이렌 바다를 지나가면서도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물론 실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귓구멍에 솜을 채워넣어서 소리를 듣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굳이 이어폰 꼽기라고 판본을 다소 수정하였다. 단지 신호를 수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다른 신호를 행위자가 만들어내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신호는 행위자에게 가치 있는 고준위 활동으로 향도하는 행동덩이 개시 신호다. 즉 신호 a에를 그대로 수령했으면 A라는 저준위 행동덩이를 개시할 뻔 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신호 b를 넣어서 B라는 행동덩이를 개시하는 것이다

이것을 응용하면 이미 바다에 빠질려고 걸어가고 있는 부하의 귓구멍에 이어폰을 꼽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부하는 제정신 차리고 계속 항해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신호를 받고 저준위 상태로 빠졌지만 간단히 거기서 나오는 전략이 된다. 즉 신호 a를 이미 수령해버려서 A라는 저준위 행동덩이를 시작했지만, 거기서 자기 스스로 신호 b를 넣어서 B라는 행동덩이를 개시하는 것이다.

 

첫 번째 전략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두 번째 전략의 구체적인 방법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3. 어리석은 지휘관과 현명한 지휘관 

 

오디세우스가 어리석은 지휘관이었다면, 세이렌의 바다를 지나기 전에 다음과 같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제군들은 불굴의 의지를 가진 군인들이다. 그런 군인이라면 마땅히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저항하지 못하고 배 밖으로 뛰어드는 자는 애초에 군인의 자격이 없는 자이며, 개쓰레기이며, 시궁창 같은 존재이며, 애초부터 배 밖으로 빠질 만한 놈이었다. 제군들이 그런 존재가 아니었음을 본 지휘관은 확신한다. 제군들, 목청껏 외치기 바란다! 우리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군인이다아아아앗!!!!"

"우리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군인이다아아아앗!!!"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지휘관의 말을 듣고 완전히 마음이 뽐뿌질되어 그 아무리 매혹적인 세이렌의 노랫소리에도 저항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확신을 더해준다. 불끈불끈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개뿔, 세이렌의 바다를 지나자마자 퐁퐁퐁 다 빠진다. 오디세우스도 빠진다. 끄읕.

 

이것이 보통 동기부여(motivation)용 자기계발서나 동영상을 시청했을 때 효과의 실체다. 어리석은 지휘관의 용기를 북돋우는 연설! 의지력(willpower)이 그런 동기부여하는 글이나 영상을 보았을 때 먹이를 먹은 것처럼 커지는 그렘린이라도 되는 양 생각한다. 그러나 의지력은 기스모가 아니다. 피비 케이츠가 아무리 자정이 지나서 먹이를 줘도 그렘린으로 변하지 않는다. 약간 변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착각이다. 착각에 기초해 계획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물론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에게는 귓구멍을 막으라고 명령했고, 자신은 기둥에 밧줄로 몸을 묶게 했다. 그래서 부하들도 살리고, 자신도 세이렌 노랫소리는 묶인 채로 실컷 즐기면서 목숨도 살렸다. 오디세우스는 현명하다.

 

현자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 현명한 사람은 소망적 사고 때문에 인간을 허투루 원하는 대로 그리지 않는다. 인간 본성이란 복잡한 조건문의 총체다. If A and B or C (....) then X 형식의 조건문들의 끝도 없어 보일 정도로 길고 서로 얽혀 복잡한 다발이다. 이 형식에 따라 저에너지 준위의 유혹에 관한 인간 본성을 진술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저준위 메커니즘: If 만일 습관으로 굳어진 저준위 행동덩이를 개시하게 만드는 유혹이 되는 신호가 있고 and 그 신호에 간섭이 되는 대안 행동덩이를 개시하게 만드는 계기인 신호가 주어지지 않으며 and 임계치를 넘는 몸의 불편감이나 주위의 즉각적인 압력이 없다면 and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다면 then 저준위 상태로 비가치를 발생시키는 활동을 한다.

 

 위 메커니즘에서 '특별한 다른 사정'에 동기부여 동영상 같은 것을 보고 뽐뿌질을 받는 것을 집어넣는 것은 망상에 기초한 사고다. '특별한 다른 사정' 중 전형적인 것은 오히려 잘 고안된 대안 행동덩이로 유도하는 전략이다.

 

4. 전략의 한 예

 

Mel Robbins, Five Second Rule. 정미화 옮김, <5초의 법칙>, 한빛비즈, 2017는 오디세우스 부하 이어폰 꼽기 전략의 한 가지 예를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자리를 잃고 남편 사업도 파탄이 나고 있는 상태에서 이불 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몇 개월을 허비하였다. '내일은 정말 잘 할 테야!'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음날 또 후회스러운 하루를 보내고는 '내일은 정말 잘 할 테야!'라고 똑같이 다짐했을 뿐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거울을 보고 제정신을 차리는 일보다 내 신세를 한탄하고 남편과 남편의 사업을 비난하는 편이 훨씬 쉽다고 생각했던 것 가다. 당시 내 기분을 설명한다면, 덫에 걸린 것 같다는 표현이 가장 잘 맞았다. 내 인생과 내가 한 결정 때문에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돈 문제 때문에, 나 자신과의 짜증 나는 싸움 때문에 덫에 걸린 것 같았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지만, 몸이 말(36)을 듣지 않았다. 제시간에 일어나기, 남편 다정하게 대하기, 친구들 도움 받기, 술 줄이기, 건강 챙기기 같은 사소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변할 수 없다."(위 책, 35-36면)

 

이미 저준위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그 상태를 영속화시킨다. 왜냐하면 생각을 길게 하면 해야 할 행동이 하나로 특정되지 않거니와 특정되더라도, 해야 할 행동 연쇄의 부담이 오히려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는 머릿속에서 저차적 자아가 변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어 행동의 추동력을 오히려 잡아 누르는 원인이 된다.  

 

"내가 한 일이란 고작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생각 때문에 모든 것이 더 나빠졌다. 내가 처한 상황을 생각할수록 두려워졌다. 문제에 집중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것들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걱정을 할수록 확신이 없어지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생각을 할수록 무력해지는 것 같았다."(위의 책, 36면) 

 

저자도 동기부여 책이나 영상도 보고 그랬다. 그래서 '내일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는 잠이 들기 전에 TV를 봤는데, NASA가 로케트를 우주로 쏘아올리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5, 4, 3, 2, 1!" 저자는 이것을 보고생각했다.

 

"나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TV 화면 속 로켓 발사 장면에 집중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43) 마지막 카운트다운 5초 동안 뇌에서 아주 분명한 지시를 보내고 있었다. ‘, 저 로켓 발사에 주목해. 이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라고, 믿고 행동에 옮겨. 멈춰서 생각하지 마. 설득에 넘어가지 마. 내일 아침에는 로켓처럼 침대를 박차고 나오는 거야.’"(위의 책, 42-43면)

 

그리고 저자는 다음날 아침, 초등학생처럼 5, 4, 3, 2, 1을 외쳤고 실제로 로케트처럼 침대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구직 활동도 열심히 하고, 남편 레스토랑 사업도 잘 도와서 그 이후에는 다 잘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잘나가게 된 저자가 TED 강연을 했는데, 다른 주제로 한참 이야기하다가 자신이 우물쭈물 하거나 계속 울면서 스타크래프트 하기 상태에 빠졌을 때 로케트 5, 4, 3, 2, 1을 하니 도움이 되더라는 이야기를 지나가는 식으로 슬쩍 얘기했는데, 이 슬쩍 얘기한 것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그래서 저자는 그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 <5초의 법칙>이라는 책까지 써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주성치 <서유기: 선리기연>에 등장하는 '오오~ 온니 유'를 불러대는 삼장법사처럼 다소간 했던 소리 또 하는 감이 어느 정도 있는데, 여러 내용 주에서도 특히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Q.1 5초의 법칙은 정확히 무엇인가?

5초의 법칙은 즉각적이며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일종의 상위 인지 도구. (참고로 상위 인지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게 하는 모든 기법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Q2. 5초의 법칙은 어떻게 이용하는가?

5초의 법칙을 활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목표나 결심에 따라 행동하고 싶은 본능이 타오르거나, 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망설이게 될 때마다 이 법칙을 이용한다.

‘5, 4, 3, 2, 1’ 숫자 5부터 1까지 거꾸로 세기 시작한다. 숫자를 세는 일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걱정, 생각, 두려움에서 주의를 돌려 자신의 목표나 결심에 집중하게 한다. ‘1’을 세고 나면 몸을 움직인다. 그러면 끝이다."(위의 책, 67-68면) 

 

저자가 말하는 '상위 인지'는 해리 프랭크푸르트의 고차적 자아의 기획을 실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이 고차적 자아가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 위와 같은 5초의 법칙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5초의 법칙이 통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은 관성적으로 사고하고 습관적으로 자동항법장치처럼 멍하니 자꾸 움직이려고 하는데, 고차적 자아에 밀접하게 연관된 전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는 각성 효과를 데 숫자 세기가 효과가 있다. 특히 고차적 자아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고자고 저차적 자아에 재촉할 때, 저차적 자아가 자꾸 더러운 변명 같은 것을 수도 없이 제시해서 이 변명에 그냥 무너지고 마는데, 5초의 법칙을 활용하면 1이 끝나면 새로운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데 정신이 집중되면서 저차적 자아가 쏟아내는 변명에 속아넘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위의 책 47-48면의 내용을 정리한 것)

 

저자의 태도는 이 5초의 법칙을 다소 만병통치약으로 제시하는 것 같다. 이는 대충 다음과 같은 서술에서 엿보인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피곤하다는 생각 때문에 운동을 하기 싫어졌을 때, ‘5, 4, 3, 2, 1’ 숫자를 거꾸로 센 다음 달리기를 하라고 문 밖으로 나를 밀어냈다.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는데 이미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을 때, ‘5, 4, 3, 2, 1’ 숫자를 거꾸로 센 다음 술병을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남편에게 까칠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 ‘5, 4, 3, 2, 1’ 숫자를 거꾸로 센 다음 말투를 고치고 다정한 태도를 취했다.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5, 4, 3, 2, 1’ 숫자를 거꾸로 센 다음 자리에 앉아서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위의 책, 49-50면) 

 

어쨌든 이 5초의 법칙을 활용하여 실제로 효과를 보았다는 독자들의 자기고백이 많이 있다. 저자 및 이 효험을 본 독자들에 따르면 따르면 5초의 법칙을 쓰면 로케트처럼 추진력이 생기고, 고차적 자아의 기획에 따라 자신을 밀어붙이는 힘이 생겨서, 통제력이 고양된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주의사항도 덧붙인다. "숫자를 ‘5, 4, 3, 2, 1’ 거꾸로 세는 대신 ‘1, 2, 3, 4, 5’ 순서대로 (69) 셌을 때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답은 ‘NO’이다. 효과가 없다."(위의 책, 68-69면)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인다. 그 이유는 거꾸로 세지 않으면 계속 세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러운 변명거리를 계속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뇌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저자에게는 분명히 이 전략이 통한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고 잘 체득하면 통하는 독자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독자의 한 명으로서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필자에게는 이 구체적 방법 자체는 그리 효험이 없었다. 그리고 필자와 함께 읽은 또 한 명의 친우도 효험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통한 이 전략이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을까?

 

5. 전략의 원리와 자신에게 맞는 구체화 실험의 필요성

 

5초의 법칙 전략이 통했다는 것은, 이 전략이 일단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리는 저준위 행동덩이를 유도하는 여건의 신호를 수령하지 않게 해주거나 이미 수령해버린 신호에 끌려가지 않도록 해주는 간섭하는 새로운 신호를 통해 고준위 행동덩이를 유도하는 의식적 기법을 활용하면, '저준위 메커니즘'의 '특별한 다른 사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5초의 법칙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원리는 맞지만, 그 원리를 구체화한 전략이 시도한 이의 기질이나 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원리를 구현하는, 자기에게 맞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맞는 전략인가는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써서 실험을 여러 번 해보고 정할 수밖에 없다.

 

5초의 법칙이 잘 통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은 원래 좀 늘어지는 성격이 아닌 사람인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약간의 푸쉬만 있으면 움직인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보통 평소에도 빠릿빠릿하게 잘 움직이고 뭐든 일을 척척 잘한다고 인정 받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라고 해서 늘 성실하게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약간의 푸쉬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떄문이다. 이런 기질의 사람들은 아마 5초의 법칙을 있는 그대로 써도 잘 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기질이 없는 사람들은 5초의 법칙이 다소 생경하고 난폭하게 느껴진다. 도저히 듣기 싫은, 외부에서 그냥 주어지는 시끄러운 아침 기상나팔 소리처럼 지나치게 폭격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5, 4, 3, 2, 1은 실제 기상나팔 소리가 아니다. 거기에 맞춰서 빠릿빠릿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즉각적인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숫자를 거꾸로 세고 로케트처럼 박차고 행동하는 대신 두 가지 대안을 택할 수 있다. 첫째, 숫자 세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 '기상나팔 소리를 내가 낼 수 있는데 굳이 난폭하게 들리는 그 나팔소리를 내가 억지로 만들 필요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둘째, 숫자 제기를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 움직이지 않기가 매우 쉽다. 그리고 이 일이 되풀이 되면 숫자 세기의 무게감이 사라져버린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 5초의 법칙은 듣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오디세우스 부하 이어폰 꼽기 원리를 구현하면서도 기질에 맞는 구체화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필자는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았는데, 필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음-감-책 전략이 맞았다.

 

특-음-감-책은, 할 일의 특정, 신나는 음악의 활용, 그리고 눈 감고 휴식하기, 공책으로 수행할 행위 구조화하기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말이다. 정된 악을 미롭게 공에 받아 쓴다고 두 문자를 만들어 외우면 되겠다.

 

첫째, 지금 하면 좋은 일이 무엇이며 그 일의 행동덩이 중 첫 번째 단위가 무엇인지 먼저 정되어 명확한 상태로 만든다.  

둘째, 행동전환기술은 신나는 악을 오로지 한 곡만 정해서 그 곡이 시작됨과 동시에 움직여서 행동덩이의 최초 단위를 곡이 끝나기 전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움직인다.

셋째, 저준위 상태로 빠지고자 하는 충동이 들 때 진정으로 원해서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경험이기 때문에 바로 그 특정 활동의 휴식이 필요한지 아니면 단순한 기분전환이 필요한지 자문하고, 후자라면 눈을 고 휴식하면서, 다음 행위를 시뮬레이션 해본다.

넷째, 할 행위의 목록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정하고, 그것이 복합행위일 때에는 그 하부단위의 행위를 명시하고 구조화한다. 이 모든 것을 공에 적는다.

 

먼저 : 행동덩이의 첫번째 단위가 특정되어야 한다. 특정되지 않았는데 행동전환기술을 쓰는 것은 기술을 습관하는 목적을 말아먹는 최고의 방법이다. 여기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은 전체 행위 유형(type of action)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 사례(token of action)의 첫 단위(first unit)임을 주의해야 한다. 즉, '헬스장에 운동하러 간다'가 아니라, '신발을 신는다'여야 한다. 전자는 제대로 특정된 것이 아니다. 전자로 특정하면 저준위 상태에 빠진 몸은 움직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후자로 특정하면 자기 자신을 일종의 고리로 걸어놓는 셈이 된다. 신발을 신고 나면, 헬스를 가는 쪽으로 고리가 끌어당겨진다. 왜냐하면 신발을 신었다가 다시 벗는 것은 일반적으로 친숙한 행동덩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5초의 법칙이 많은 이들에게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자가 다소 만병통치약처럼 이것을 제안했기 때무에 단지 지금의 저준위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5, 4, 3, 2, 1을 외쳤는데 뭘 해야 할지가 멍한 사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면 전략 자체가 고물이 된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정의 기술을 잘 갈고 닦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 신나는 악을 구매하여 휴대폰에서 한 두 번의 조작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오로지 mp3와 같이 음악파일이어야 한다. 동영상 파일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왜냐하면 영상은 눈을 사용케 하고 눈을 사용하다보면 자리에 머물러 영상을 눈으로 보느라 밍기적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신나는 음악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의 행위를 추동하는 성질을 가진 그런 음악을 고른다. 비트가 빠르고, 활달한 곡이 좋다. 예를 들어 애프터 스쿨의 'Let's do it'이나 Queen의 'Don't stop me now', 타샤니의 '경고' 등이 그런 곡이다. 샵의 'Tell me Tell me'나  Wham 의 'Wham rap'은 이보다는 좀 못하지만 그래도 이 축에 들어가는 곡이다. 이런 곡들의 특성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트가 신나고 빠르다는 것이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절정이다. 따로 일부분만 절정이 있고 절정으로 올라가는 골목이 굽이굽이 있는 노래들은 적합하지 않다. 그러면 그렇게 절정으로 올라가는 구간에는 밍기적거리려는 성향이 촉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댄스곡들은 이렇게 절정을 예비하는 구간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구간이 없는 노래로 고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시험을 해보고 나서 꽤나 여러 곡이 목록으로 마련된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에는 오직 하나의 곡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행동전환을 위해서는 경로가 오직 하나인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곡을 선택하느라고 머뭇거리게 되면 행동전환이 무산될 위험이 있다. 그 어떤 선택여지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둘째, 단 하나의 음악이 행동으로 나아가는 몸의 움직임과 두텁고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음악만 들으면 움직이는 속성이 마치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것이 좋다.

이 방식은 5, 4, 3, 2, 1을 마음 속으로 세는 것보다 훨씬 인간에게 자연스럽다. 외부에서 들리는 비트가 빠른 음악은 그냥 인간 본성상, 인간을 움직이게 하고, 일단 시작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게 한다. 그래서 고래로부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전장에서도 5, 4, 3, 2, 1을 외치지 않고 북을 치고 나팔을 불었다. 그리고 계속된 육체노동이 필요한 공장에서도 계속 음악을 틀지, 카운트다운을 반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들썩들썩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늘어져 있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인간에게 들리는 소리는, 그에 적합한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이 리듬감이 별다른 의지력 발휘 없이 몸을 움직이게끔 하는 것이다.

5초의 법칙의 약점은, 이런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나 행동덩이를 시작하는 최초의 움직임을 하더라도 그 다음 끌고 나가는 힘이 바로 줄어든다는 데 있다. 반면에 음악은 그 음악이 완료될 때까지 그 비트에 어울리는 형태와 속도로 계속 움직이고자 하는 추동력을 낳는다. 실제로 해보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혼자 자취하는 사람이 집에 들어온 뒤 샤워를 하고 옷을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청소를 할 기분이 들지 않아서 계속 청소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해보자. 이 사람이 집에 피곤하게 들어왔는데, 5, 4, 3, 2, 1을 외치고 나서 청소를 바로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반면에 이 사람이 집에 피곤하게 들어왔다 해도, 옷을 갈아입기 전에 가장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 음악이 3번 정도 반복될 때까지 청소를 신속하게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아침에 일어나서 꾸물대지 않고 샤워를 하고 단장을 해서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없으면 상당히 느슨하게 진행될 일들이 아주 컴팩트하고 타이트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정신에 부담은 덜하다.

어떤 경우엔 어떤 글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드 파일을 여는 것 자체를 계속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도 음악을 틀고 과감히 필요한 파일들 창을 열어서 준비 상태로 해두면 그 다음 행동에 들어가기는 훨씬 수월하다.

음악은 이처럼 행동전환에 유용하다. 그러나 실제 수행 행위를 할 때 계속 음악을 틀 필요는 없다. 일단 과업의 작동논리 자체에 몰두하게 되면, 외부적인 연료의 주입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일로 전환할 때도 같은 음악을 활용하는 것이 특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계속 책상에 앉아 있지만, A라는 서류를 완성하고 B라는 다른 종류의 서류 작성을 하려고 머뭇거리는 자신을 알아차린다면, 바로 그 음악을 들으면서 첫 행동단위를 수행하면 효과가 있다.

동일한 A라는 일을 하면서 중간에 연료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때때로 음악으로 외부 연료를 주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선곡의 범위가 넓어진다. 꼭 하나의 곡만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리듬감 있는 음악을 여러개 파일에 넣어놓고 랜덤으로 플레이하면 된다. 다만 여기서도 어느 정도 까다로울 필요는 있다. 곡 전체가 모조리 마음에 드는 곡만 선정하는 것이 좋다. 곡의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스터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연료가 보충되어 일로 실제로 몰입하면 음악을 계속 듣는 것은 좋지 않다. 집중해서 사고해야 할 때 간섭 현상을 일으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이런 간섭 현상이 일정 시간 이상 일어나면 오히려 피로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이어폰을 사용해서 음악을 듣는 경우에는 한 곡을 듣고 나면 귀를 한참 동안 쉬어줘야 청력이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행동덩이의 첫 단위를 실제로 수행케 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면 좋다. 어쨌든 행동 전환의 기술의 핵심은 이 두 번째 단계 '음'에 있다. 그러나 다른 단계들도 함께 활용되어야 두 번째 단계가 그 힘을 실제로 발휘한다.

 

: 눈 감고 휴식하기 전략은, 행동을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행동덩이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한 전략이다. 저준위 행동덩이와 달리 고준위 행동덩이는 한참 수행해나가더라도 좀 어렵거나 힘든 사정이 생기면 멈추려고 하는 충동이 생긴다. 요즘 사람들은 이 경우 스마트폰을 보는 저준위 상태로 쉽게 전환해버린다. 그러나 이 때 멈추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는 행위가, 바로 그 행위가 나에게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인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는 여기에 '예'라는 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참 과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는 '아니요'라는 답이 대부분 나올 것이다. 즉, 실제로는 다음 둘 중 하나일 경우가 많다. (i) 잠시 긴장을 풀고 휴식이 필요하다. (ii) 지금 할 일이 복잡하고 엉켜서 잘 정리가 안 되어서 다음 수행할 행위의 상이 잘 잡히지 않아서 그 상을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둘 중 어느 경우든, 다른 복잡하고 정신 상그러운 정보를 넣어 하던 과제에 단절을 가져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들어가서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는 정보들은 거의 대부분 기분을 저하시키는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거나 지루하거나 나쁜 속성을 가지며,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쏟아내는 정보들 역시 이런 성질들을 갖기 때문이다. 자신이 분명하고 능동적인 목적을 가지고서 그런 것들에 접근한다면, 모르되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그런 정보를 본다는 것은 자멸적인 일이다. 오히려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들은 우리 내부에 있다. 그리고 그 내부를 느끼려면 눈을 감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눈을 감으면 몸과 정신은 곧바로 '단순화' 반응을 한다. 지금 이리저리 시야에 널부러진 정보 때문에 복잡하게 보이던 다음 할 일이 다시금 명료하게 하나의 상으로 특정되는 현상이 촉발되기 쉬운 것이다. 눈을 감는 휴식은 그렇게 오래 지속될 위험이 없다. 말하자면 잠시 기분 전화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저준위 상태로 빠지게 되는 함정이 없는 활동이다.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눈을 감는 것도 좋다. 적절하게 휴식하면서 고준위 활동을 이어가는 데는 눈감기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 공책을 자주, 적극 활용해서 머릿속의 번잡한 부담을 깔끔하게 외부의 물건에 옮긴다. 머릿속이 번잡할수록 행동력은 떨어진다. 실제로 일이 하기 싫다는 감정의 육할 이상이 이 번잡함 때문에 온다.

지금 집중해야 할 큰 과제가 A이고, 그 A의 세부과제가 a, b, c, d, e라고 하자. 그런데 이 세부과제를 명확히 하지 않고 a과제에 돌입하다 보면, b, c, d, e가 있다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기 때문에 머릿속이 번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a 자체를 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특히 이런 번잡함은 a를 하다 말고 중단하는 원인이 되기 쉽다. 즉, 저에너지 준위 상태로 떨어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a를 할 때는 a 이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생각하지 않는 방법의 최선은, 다른 세부과제들을 공책에 적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a를 하다가도 다른 세부과제가 생각나면 그 다른 것들은 우선 공책에 적어둔다. 이렇게 모든 번잡함의 부담을 공책에다 전가함으로써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나의 머리는 완전히 가벼운 상태가 된다. 또 이렇게 공책에 적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기분전환이 되는 휴식이기 때문에 다른 저준위 행동으로 전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저에너지준위 상태에서 고에너지 준위 상태로 전환하려고 할 때에도, 일단 공책에 먼저 세부과제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두고, 지금 제일 먼저 할 일에 곧바로 돌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특' 이외에는 모조리 공책에 전가하는 것이다.

 

5. 나가며

 

특음감책은 행동전환의 기술, 또는 고에너지 준위 상태 유지 기술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것은 몸 상태가 좋아야 늘 실행될 수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 방법을 쓴다 해도 실행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보통의 신체를 가진 사람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제대로 안 먹고 제대로 안 자고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아서다.

그러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은 이 세 가지를 우선 제대로 하는 데 행동전환의 기술 사용을 집중해야 한다. 즉, 잘 먹고 운동 잘 하고 잘 자는 것에 행동전환 기술 사용을 집중한다.

그러고 나면 다른 과업에도 행동전환 기술을 성공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끝>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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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탐구자2
    2018.12.21 17:2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의지력과 습관, 행동설계에 대해 다룬 책들을 소개하는 글을 예전에 댓글로 단 적이 있는데 찾기 힘들군요. '습관의 재발견'과 '스위치'는 이 분야에 대해 알기 쉽게 쓴 책입니다. '의지력의 재발견'과 '나는 왜 항상 결심만 할까'는 의지력에 대한 과학적 연구들을 다루는데 후자가 훨씬 낫습니다. '당근과 채찍'은 행동설계방식 중 하나인 약속실천계약을 세밀하게 다룹니다. 흔히 읽으시는 '넛지'나 '습관의 힘'도 이 분야를 다루는데 저는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이 훨씬 실용적이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 탐구자2
      2018.12.21 17:28
      댓글 주소 수정/삭제
      http://www.civiledu.org/m/1410
      큰 차이는 없군요
  2. SOO
    2018.12.23 20:3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유쾌하고 쉽게읽히지만 변호사님만의 지혜와 고민이 담겨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ㅎㅎ 제가 다음 저서를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좋은 전략 제시해주셔서 감사하고 저도 생활에 적용해볼게요! 행복한 연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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