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윌리엄스가 자신의 스타일이 흠씬 묻어나는 독특한 사유로 상대주의를 논하는 글입니다.

 

버나드 윌리엄스는 소크라테스적 질문 하에서 살아가는 주체, 즉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상대주의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버나드 윌리엄스에게는 행위자성(agency)의 문제가 아주 두드러지게 드러나는데, 이런 측면이 바로 버나드 윌리엄스가 다른 학자들은 상대주의 논의에서 포착하지 못했던 지점들을 보게 만듭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은 실제의 대면과 관념상의 대면입니다.

 

우리는 실제 대면과 관념상의 대면을 구분해야 한다.(real and notional confrontations) 두 차이나는(divergent) 세계관들 사이의 진정한 대면(confrontation)은 해당 시점에서 만일 세계관 각각이 진정한 선택지가 되는 그런 한 집단의 사람들이 있을 때 발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관념상의 대면(a notional confrontation) 두 차이나는 세계관에 관하여 일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들 세계관 중 적어도 하나가 실제의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실제의 대면은 행위자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어떤 선택지들을 구성함으로써 직접 유관하게 되는 것일 때에 발생합니다. 관념상의 대면은 우리가 그리스 시대의 시민이 노예를 대우한 방식을 살펴볼 때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리스 시대의 시민이 아니므로 그것은 직접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유관하지 않습니다.

 

 버나드 윌리엄스는 인격적 통합성을 가진 행위 주체에게, 실제의 대면에서는 상대주의가 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계몽 이후의 근대 사회에서는 반성성이 두드러진 삶의 일부가 되었고, 이 반성성을 억압함으로써 확신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상대주의가 우리의 삶을 인도할 여지는 크게 축소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인신공양, 즉 인간희생제의를 하는 사회에 우연히 진입하게 된 사람이, 그 사회에서는 그런 제의를 오랫동안 해 왔으므로 그런 제의가 눈앞에서 벌어져도 적어도 그 사회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인신공양이 그른 것이라는 사고에 이르는 반성성을 떨쳐낼 수가 없으며, 자신이 반성적 주체인 한, 완전히 새롭게 직접 대면한 사회의 사람들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에서, 강력한 항의와 불승인과 공포의 태도를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나드 윌리엄스는 따라서 관념상의 대면에서만 상대주의의 여지가 있고, 이런 상대주의를 거리의 상대주의라고 부릅니다. 즉 실제의 선택지를 구성하지 않을 만큼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 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의 입장을 감안하여 그 행위들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주의적 태도는 관념상의 대면에서는 어느 정도 여지가 있는 것이지만, 버나드 윌리엄스는 여기에도 제약을 가합니다.

 

왜냐하면 관념상의 대면 중에서도 전체로서의 사회 정의를 평가하면서 하는 대면은, 결국에는 실제의 대면과 상당히 유관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사회의 노예제를 부정의하다고 평가하는가 정의롭다고 평가하는가는,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평가하고 어떻게 바꾸어나가거나 지켜나갈 것인가의 선택과 사실상 직결됩니다.

 

그래서 버나드 윌리엄스는 상당히 독특한 이론적 접근을 통해 상대주의가 오늘날 우리의 윤리적 사유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대단히 축소시킵니다.

 

거장다운 흐름으로 사고를 전개시키는 이 글은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버나드윌리엄스_윤리학과철학의한계_제9장_EthicsandtheLimitsofPhilosophy_BernardWill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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