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

 

I. 서설: 자격시험의 기능과 성격

자격시험은 어떤 직종에 종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을, 그 직종에서 소용되는 추론의 방법과 기본지식,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통해 검사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시험준비는 창의적인 사고로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공부의 중심 패러다임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시험준비를 오히려 공부의 중심적 패러다임으로 보고, 그 외의 활동은 다소 무정형의 체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것이 중심 패러다임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기 위해 이를 시험준비라고 별개의 개념을 활용하여 칭하는 것이 유용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험준비와 공부가 개념적으로 상호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험준비에서 익히게 되는 것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공부를 위해 필수적인 것들과 겹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렬이나 미적분, 통계에 관한 평범한 시험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이들은 과학, 공학, 경제학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할 능력 자체가 없을 것이다. 또한 영어로 된 문장 독해 시험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가 영어로 된 고급 문헌을 읽어내는 일이 필요한 일, 이를테면 철학 연구를 수행하지 못함도 당연하다. 그러므로 시험준비를 공부의 중심 패러다임으로 잘못 생각하는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되지만, 시험에서 다루는 지식이라고 하여 자동적으로 그것이 공부와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될 것이다. 물론 시험에서 검사하는 지식들이 얼마나 문제해결에 실제로 소용되는가는 시험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고안되었는가에 따라 경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개념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시험이 불필요하게 많이 있다. 가장 불필요한 것이 교육과정 중에 치러지면서 그것이 그 이후의 기회에 영향을 미치도록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시험이다. 그러나 이것은 과목의 범위 면에서나 시간적 범위면에서나 비합리적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 수학을 잘 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대학수준의 그런 수학지식이 필요한 어떤 강의를 듣기 전에 수학을 잘 하게 된 한은, 무관하다. 대학교 1학년 때에 종교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의 점수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종교의 이해와는 무관한 프로그래머로서 기업에 취직할 때에 필요한 기술을 갖춘 한, 그 사람의 자격과는 무관하다.

교육과정 중에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 어느 정도로 내용을 익혔는가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같은 교과과정을 반복연습할 것인지, 그 다음 그 사람에게 적합한 난이도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교육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그 사람의 미래의 기회를 닫고 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래의 기회에 대한 자격은 그 미래 시점이 왔을 때에 검사하면 된다. 그리고 어떤 기회가 경합재가 아닐 방도가 있다면, 그 기회를 인위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정보통신망 시대에, 실질적인 피드백이 없는 수업을 듣는 수강생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교육과정에서 경합재여서 그 과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사람들에게 한정해서 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실질적 피드백이 있는 수업(여기에는 가르치는 사람이 직접 인도해주는 토론수업과 글쓰기 및 연구에 대한 지도, 논평과 첨삭이 포함된다)과 그리고 희소한 실험장비나 실습자료를 사용하는 수업뿐이다. 그런 수업의 경우에는 그 수업을 듣기 직전에만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검사하여 듣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직역 진입을 위한 자격시험은 다르다. 현명하게 사회제도를 고안한다면 이 자격시험을 합리화하고 수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앨 수는 없다. 의사, 변호사, 건축설계사, 기계정비사, 대형차량 운전사 등 특히 타인의 안전, 권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역,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직역에는 자격시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 과외선생에게는 자격시험이 필수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스페인어 과외를 시켜보면 잘 가르치는지 못 가르치는지는 배우는 이나 배우는 이의 보호자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복어요리사 같은 경우를 제외한) 요리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음식이 맛이 있고 위생적인가이다. 음식의 맛은 소비자가 위생은 행정관청이 평가하면 된다. 다만 그 사람들에게 위임하거나 고용하는 사람들이 매번 일을 시켜볼 수 없고 인사 프로세스를 거치게 하기 위해서 그 직역과 관련된 임의 자격시험들을 알아보는 것이 유용할 경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건 이 직역의 경우에는 그들을 고용하거나 그들에게 위임한 사람들이 실제로 만족한다면 그 전에 어떤 시험을 통과하였는가는 필수적이지 않다. 반면에 앞에서 든 직역에 있어서 정보비대칭성은 치명적이다. 유죄가 된 사람은 평생 유죄이다. 채무가 인정되면 갚아야 한다. 사이비 의술로 건강이 망가진 경우에도 돌이키기 힘들다. 건축물을 잘못 올렸을 때 피해는 무지막지하다.

종합해서 보면, (1) 희소한 인력이나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교육기관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자원이 소용될 이를 가려내기 위해 그 전 단계의 지식을 평가해야 하는 경우 (2) 노동시장의 정보비대칭성 때문에 지식과 기술 구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자격 유무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 (3) 다른 이의 권리와 안전, 재산에 불가역적이고 중대한 손해를 미칠 수 있는 업무를 할 사람을 가릴 경우에는, 분업사회에서는 자격시험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II. 자격시험을 치르는 사람의 입장

 

그런데 자격시험을 치르는 입장에서 보면 이 자격시험이란 것은 가능한 한 빠르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세워 그 전략을 따라 충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 시험이 갖는 한계상, 결국 일을 잘하는 능력은 일을 실제로 해봐야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적어도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인생의 측면에서는 다분히 수단적인 시간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평생 동안 학원만 다니면서 보내고 아무런 직업을 갖지 못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어떤 본지를 잃은 것이 될 것이다. 자격시험을 오래 치르고 공부한다고 해서 그만큼 더 실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시험준비라는 것이 그다지 즐거운 활동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험의 특성상, 어떤 지적 관심사의 일관된 흐름을 갖고 주욱 이어지는 지식을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법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이 현재 우리법제의 한정승인제도의 취약점에 꽂혀서 여러 자료 조사를 하고 대안적인 법제도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을 할 수는 없다. 민법시험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들을 전부 다 일정정도 익혀야지만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문항 자체가 그런 흐름이 없다. 그런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떤 사항을 다루다가 그것과 별 관련 없는 다른 사항으로 넘어가는 정신작용을 계속해서 되풀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자체가 쾌락이 되기 어렵다.

둘째로, 자격시험을 오래 준비하다보면 사람이 피폐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다분히 수단적인 성격이 강한 기간이 오래 이어지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다소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격시험을 오래 준비하는 원인 중 큰 것 하나가 최선의 전략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선의 전략을 충실히 따랐는데 그 자격시험 통과에 실패한다면, 그 시험은 자기 체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난 것이다. 시험은 그 사람의 전반적 가치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종류의 지식을 문항으로 평가하는 행사를 그 사람이 시간 내에 얼마나 잘 치르느냐를 검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선의 전략을 충실히 따랐는데도 그 시험 통과에 걸리는 평균 기간 내에 통과하지 못했다면, 그 시험은 자기 체질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체질을 알아보려면 최선의 전략을 충실히 따라보았어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변명할 수 있게 되면, 또 다시 준비를 하게 되고, 그런 식으로 육년도, 팔년도 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수험전략이란 무조건 꼭 붙어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동원하였기 때문에 그 결과에 납득하고 그 뒤에도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시험준비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시험과 나의 체질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그 사실을 인생에 충격을 주지 않는 1-2년 안의 단기간에 분명하게 판명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좋은 시험준비요령을 충실하게 따르는 생활을 꾸준하게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III. 시험준비 요령 분류

 

1. 생활 규율 요령

 

이 요령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는데, 하나는 생활을 규율하는 요령이고, 다른 하나는 지식을 습득하고 파지하여 시험시간에 쏟아낼 수 있는 요령이다.

생활을 규율하는 요령이란, 인간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한, 시험준비보다 객관적으로 우선되는 활동(가정의 대사라든지 임대차계약 체결 등등)을 제외한 모든 시간 중 가능한 한 가장 많은 시간을 시험준비에 지속가능하게 동원할 수 있게 해주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이를테면 평일에는 헬스를 꼭 다니는 것이 포함된다. 왜냐하면 헬스를 꾸준히 한 사람만이 체력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서 수험생활을 견고하게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장실이나 걸어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요령에 포함된다. 요령은 의지력이 아니다. 요령은 어떻게 하면 의지력을 적게 쓰면서도 원하는 활동을 자연스럽게 꾸준히 하도록 생활 여건과 습관을 디자인하는 문제이다. 이 취지를 핵심에 두고 각자에 맞는 생활 규율 요령을 만들고, 실험해보고 수정하고, 안착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 좋다.

 

2. 지식 습득, 파지, 쏟아내기의 요령

 

지식 습득은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고, 자기 나름대로 표도 그려보고 해서 이해를 하는 것이다. 특히 복잡한 내용들은 자신만의 개념지도, 추론의 순서도를 만드는 것이 좋다.

 

쏟아내는 요령은 모의시험을 여러 번 쳐보면 된다. 모의시험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풀어내는 루틴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III. 파지의 요령 중 하나: 두문자

 

파지의 기본 요령은 반복학습이다. 그런데 반복학습만으로는 시험에 대비하기 역부족인 때가 있다. 자격시험이 까다로운 점은 자료를 참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용을 완벽하게 체계화해서 담고, 또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정확하게 꺼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위해서 외워야 할 것 중 자동으로 외워지지 않는 모든 것들을 두문자화하는 것이 추천할만한 전략이다. 특히 방대한 양의 과목을 다루는 수험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여러번 반복하면 자동 암기가 되겠거니 생각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다. 어제 본 것은 당연히 기억나겠지만, 여러 과목을 장기간 걸쳐서 공부하기 때문에 결국 기시감(이미 본 것이다 하는 느낌)은 들겠지만 내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기시감은 만약 시험문제가 내용을 약간씩 뒤틀어버리면 헛갈려서 미궁에 빠지게 만드는 역할만 할 뿐이다. 보았다, 익숙하다는 느낌을 훨씬 벗어나 확고히 정확하게 체계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체계적으로 알고 있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해한 것을 도식적인 형태로 매듭을 지어줘야 한다. 80%정도는 이렇게 이해하고 매듭지어준 내용을 반복하다보면 파지가 된다. 그런데 나머지 까다로운 20%는 정확히 파지하려면 체계화된 두문자를 통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두문자란 파지해야 할 내용의 앞글자 또는 가장 특징적인 글자만을 따서 만든 문구이다. 그런데 이 문구를 잘 만들지 않으면, 무슨 내용과 관계된 것인지 알지 못해서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두문자가 파지에 필요한 경우에는, 이해와 매듭짓기가 끝이 났을 때, 이를 완전히 파지하기 위해 좋은 두 문자를 만드는 요령이 필요하다.

 

IV. 좋은 두 문자의 요건

1. Story가 있어야 한다.

운율로만 두문자를 대량으로 암기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운율만을 사용하는 두문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헌법 공부를 하는 사람은 헌법소원의 요건으로 청공기보권변기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청공기보권변기는 무슨 뜻도 없는 말이다. 그래도 워낙 인상적이기 때문에 외워진다. 그러나 그런 뜻도 없는 운율두문자는 과목당 한 두 개일 때지, 세 가지가 넘어가면 무슨 주제에 관련된 것인지도 잊게 된다.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민사소송법에서 전속적 관할합의와 부가적 관할합의의 구별기준으로 통설과 판례는 중전 외부로 외운다. 법정관할지 에서 합의관할지를 택했으면 속적 관할합의요, 법정관할 의 지역에 관할합의를 했으면 가적 관할 합의로 취급하면 된다. 물론 그 외의 학설은 무조건 전속설, 무조건 부가설이 있고, 또 하나 남은 것이 전속설이 원칙이나 약관의 경우에는 통설을 따른다는 내용이므로 전속약통으로 외우면 된다. 그래서 관할지 (통판) 1중전외부 2전속약통 3전속 4부가 ...이렇게 4가지가 나온다. 여기서 두문자는 뜻을 가진다. 관할지에서 통을 판/ 중전마마의 외부에/ 전속 약통이/ 전속적으로 /부가되었다는 말이다.

 

2. 두문자외의 문자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두문자만 봐도 문장과 뜻이 완성된다.(조사와 어미가 생략된 채로 말이다) 반면에 중 뭐뭐뭐 전 뭐뭐뭐 외 뭐뭐 부 뭐뭐 이렇게 두문자에 해당하지 않는 글자가 들어가는 문구 안에 두문자를 끼워넣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짓은 두문자 제조업에 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들이 하는 것인데, 좋지 않다. 두문자만을 활용하여 다소간 사자성어의 형태로 운율이 맞게 되어야 한다.

 

3. 쟁점의 키워드는 되도록 두문자 내로, 아니면 적어도 두문자 스토리 내로 들어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샘플 두문자에서 관할지 통판이 관할지 합의에 관한 통설 판례라는 표식이 된다. 이와 같이 두문자 자체가 쟁점의 키워드를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녀석은 어느 동네 두문자인고?”하는 의문을 일으키며 많은 방랑아들을 뇌 속에서 부유하게 될 것이다.

 

4. 두문자는 자신이 관심있는 것, 보면 즐거운 것, 시각화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황당한 것일 수록 시각화하기 좋기 때문에 훌륭하다. 예를 들어 관할지에서 통을 판 중전마마가 외부에 전속약통을 전속적으로 부가해서 달랑달랑 매고 돌아다닌다는 그림은 황당하다. 기억에 강하게 남을 이미지가 무엇인지 자신을 웃기게 하는 분야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거기 맞춰 두문자를 만들면 좋다.

 

V. 두문자를 만드는 시기와 노트의 모습

두문자는 책이 읽기 싫을 때, 인강이 듣기 싫을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만든다. 책을 읽을 때 이놈은 두문자를 만들어 볼 수 밖에 없겠구먼 하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체크를 하고 쪽수를 적어둔다. 3시간쯤 읽으면 2개 이상은 나온다. 그러면 그 쪽수로 가서 그 놈들의 모양을 골똘히 생각한다. 글자들 몇 개를 임의로 찍는데, 주로 앞글자와 뒷글자 또는 특유한 글자를 따야 한다. 법공부를 하면서 두문자를 만드는데 과 같은 글자를 따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 그것이 그 학설의 특유한 글자가 아닐 때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워낙 많이 등장하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다른 것과 구별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앞글자를 딴다. 그 외에는 특유한 글자가 있으면 두번째 글자를 딸 수도 있다. 사람의 기억은 앞에서부터 나가기 때문에 중간 것을 따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이를테면 법시험 준비할 때 중간 것을 딸 수 있는 글자로는 뭐 이런 것이 있다. ‘촉촉하다라는 형용사로 말 만들기도 좋고 이 들어가는 법정용어나 논거는 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단어의 두문자를 딸 때는 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법정적 부합설을 압축하는 글자로 어떤 곳에서는 이라고 따고는 딴 곳에서는 이라고 따면 안 된다. 둘 중 어느 하나를 정해야 한다.

두문자 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먼저 생각하고 두문자의 일부가 만드는 바이브레이션을 느껴본다. 그러면 그 일부를 중심으로 나머지 문자들은 상정된 그림에 맞춰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이다. 만들어 버릇하면 처음에는 폐급을 만들겠지만 A급도 머지않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만든 두문자는 책에도 옆에 기록하고 수첩에도 바로 적는다. 책에 표시하는 이유는 수첩을 혹시 잃어버렸을 때도 책이 있으니 안심이고, 그리고 책을 읽을 때 (그 두문자의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을 때) 두문자만 보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히 시험 직전 순환에, 또는 시험 전날에 빠르게 책을 훑고 넘어갈 때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텍스트북을 1회독하는 것을 수험계에서는 순환이라고 하는데, 순환이 반복될수록 순환의 주기가 짧아진다. 특히 여러날에 걸친 서술형 시험을 볼 때는, 그 다음날 칠 과목 몇개의 교과서 전체를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

수첩은 어느 계절의 옷의 주머니에도 넣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수첩을 산다. 좀 세로로 길쭉하게 생겼다. 글자크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커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아본 결과, 수첩의 한면 또는 두면에 하나의 쟁점에 관한 내용이 완결되도록 적으면 된다. (물론 세트 쟁점은 그것들이 연결될 수 도 있다). 이것을 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제

 

두문자

두문자의 full 내용 (여기서 두문자 딴 글자는 다른 펜으로 적거나 동그라미를 색연

필로 쳐서 표시를 한다)

 

삽화

 

full story 기술

 

두문자는 앞글자를 딴 문구다.

두문자의 full 내용이라는 것은, 교과서의 내용을 의미한다.

삽화는 full story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full story라는 것은 두문자를 넣어만든 전체 스토리 내용이다. 예를 들어 관할지에서 통을 판 중전이 외부에 전속약통을 부가 전속을 할 것을 합의하였다.’를 적는다. 여기서도 또한 두문자 부분을 동그라미로 친다.

 

이 네 가지 요소를 갖춘 노트의 뇌과학적 암기효과는 대단하다. 두문자를 일부러 막 외울 필요도 없다. 시간날 때마다 순서대로 한번 죽 읽으면 된다. 여건이 허락할 때는 소리를 내어서 읽어도 좋다. 두문자를 먼저 한번 읽고, 두문자의 풀 내용을 책 읽듯이 한번 죽 읽고, 삽화를 한번 보고, 풀 스토리 기술도 한번본다. 풀 스토리 내에서도 두문자 부분은 동그라미를 해서 표시를 한다. 이렇게 노트를 보는 것이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하나의 두뇌 휴식이라고나 할까. 물론 두문자를 진짜 암기했나 연습하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 이때는 주제를 보고는 두문자를 떠올리고, 두문자가 끌어내는 전체 교과서 내용을 말할 수 있는지를 검사해보면 된다.

 

V. 나가며

 

무엇보다도 최선을 다한다 함은 꾸준히 요령을 실천하는 것이다. 열을 내어서 이틀 하고 하루를 배째는 것보다 삼일 꾸준히 할 만큼 하는 것이 좋다.

수험 중에 계산해보면 알겠지만 단 하루 배 짼 것을 매일 조금씩 기를 쓰면서 보충하려고 해도 그것을 보충하는데는 10일 이상이 걸린다.

예를 들어 하루에 순수 11시간 공부하는 수험생활 중 하루를 배짼다면 하루에 1시간을 더 공부해서 순수 12시간(사실 순수 12시간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지점이다)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엄청 고생해도 10일이 걸려야 보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 계산할 수 없는게 하루 1시간을 추가로 공부하면 효율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려야 배짼 것을 보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10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기 원래 공부량보다 더 많은 공부량을 우겨넣게 되면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각 순환별로 정해진 분량을 하는 일정이 나왔으면 배를 안째는 것이 중요하다.

배도 째지 않고, 순환별 일정도 다 따르고, 이해, 정리와 매듭짓기, 파지, 쏟아놓기 모두 최선의 요령을 늘 궁구하고 충실히 따랐다면, 그 시험과 자신의 체질이 맞는 경우에 한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좋은 결과가 설혹 없다 하더라도 그 시험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에 불과하므로, 수험생활 때 익힌 요령과 전략 만들기와 그 성실함으로 다른 일을 한다면 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괜시리 체질에 맞지 않는 시험에 장기간 인생을 보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그 시간에 시험준비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훨씬 낫다. 시험준비가 아닌 일들은 좋은 요령을 따라 성실하게 꾸준히 하면 (이분법적으로 승과 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그렇게 스마트하게 노력한 것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시민교육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김성우
    2019.01.24 14:01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ㅠ
    꼭 붙어서 노동운동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그런 노무사가 되겠습니다!!!
  2. 변시
    2019.03.17 19:5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올해 법전원 진학하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혹시 휴일 운용에 관하여서도 구체적인 전략이 있을까요? 꼭 답변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어 내려가며 문득 생각 나 댓글 남깁니다.
    • 2019.03.20 22:2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휴일은 주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보내는 대로 보내시면 됩니다.


BLOG main image
대안민주주의와 사회윤리학 담론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교육센터-배움의 연대망’ 홈페이지 입니다. 이곳에서는 열린 강의 형태의 시민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아이디: civiledulee, 이메일: civiledulee@gmail.com (이한) by 시민교육
전체 글 보기 (951)
공지사항 (22)
강의자료 (84)
학습자료 (345)
기고 (491)
  •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