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는 복합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장거리 경주다. 왜냐하면 탐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기본을 탄탄히 보충해 가면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포착해서 충분한 자료 조사와 독창적인 사고를 더한 풀이 이후에 이 해법을 어떤 형식으로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 장거리 경주는 잠깐 길을 잃으면 아차 하는 사이에 세월이 지나치게 빨리 지나가버린다. 사실 탐구가 특히 그렇게 길을 잃기 쉬운 종류의 활동이다.

그러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소년이 아차 하는 사이에 노인이 되어버리고 학문적 성취는 별반 하지도 못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성취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보통은 한숨만 푹푹 쉬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그저그런 짜깁기 정보나열에다가 억견을 첨가한 무의미한 글만 재빠르게 생산하면서 자신이 뭔가 척척 잘 하고 있는 줄 아는 상태에 빠지는데, 이 경우는 장거리 게임을 하는 법보다는 애초에 게임의 법칙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다.

자신이 장거리이긴 하지만 가치 있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 탐구를 놓는 것도, 긴 거리의 끝에 있는 성취에만 초점을 맞춰 조급해하며 무력해지는 것도 탐구생활에 좋지 못하다.

충분히 탐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기질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결국 탐구의 길과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그 개인을 위해서나 나머지 구성원들을 위해서나 그다지 좋지 못하다우선 개인적으로 보자면 삶의 질을 고양시켜주었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었던 삶의 선을 누리지 못하는 결과가 생긴다. 탐구의 능력과 기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같은 경험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상당한 지루함을 가져다준다. 이런 이들에게는 인간의 더 고차적인 지적 능력을 유의미하게 발휘할 기회가 계속해서 제시되는 삶을 사는 것이 복지에 상당히 중차대하다. 탐구의 능력과 기질을 가진 사람도 사실 젊음의 활기가 유지되는 시기까지는, 그런 기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과 똑같이 일상을 보내도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기가 넘어가게 되면 이전에는 재밌었던 경험들은 반복으로 닳아 재미를 상당히 많이 잃어버리게 된다. 물론 이따금씩 누리는 여가 활동이 약간의 마디를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이것은 일상에서 늘 누리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탐구의 길을 꾸준히 갔다면 언제나 할 활동이 있을 것이고 적어도 방향을 잃고 지루해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 탐구가 생산적으로 진행될 때 그것은 사회에 상당한 선을 안겨준다. 그런 선은 사람들의 노동을 절약해주고 안전을 도모해주는 기술 발전으로 생기는 직접적인 이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쇄신하여 산출되는 진리의 배경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선이다.

 

이렇게만 한다면 장거리 게임에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보증되는 구조화된 탐구생활기법이, 탐구의 길과 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한 해법이 될 것이다.

 

탐구생활기법은 꾸준함과 최소수준이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진다. 최소수준이 꾸준함과 합쳐질 때, 성취에 초점을 두는 조급함이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최소수준과 꾸준함은 서로 보완하는 요소이다. 최소수준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할 수 있고, 꾸준하게 하기 때문에 최소수준이어도 된다.

 

그렇다면 꾸준하게만 한다면 탐구의 성과는 자연히 따라나오게 되는 활동의 최소수준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규범학을 탐구하는 사람으로 다음과 같은 일응의 기준을 생각해보겠다. 자신이 탐구하는 주제의 특성에 따라 이를 변형하여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독운향

 

: (블로그 글이나 일기가 아니라) 정식으로 논문이나 책으로 발표할 글을 하루에 2문단, A4 10point로 반 페이지를 매일 꾸준히 쓴다. (2문단이 1단위[200자원고지 5매 정도]. 목차의 작성은 2단위, 목차 수정은 1단위. 최소시간으로 30분 할애.)

 

: 지금 쓰고 있는 바로 그 주제, 또는 바로 다음에 쓸 주제에 관한 자료 및 선학자의 문헌을 읽는다. (책으로는 1챕터가 1단위, 논문은 1편이 1단위)

 

: 40분의 운동 (40분의 운동이 1단위)

 

: 향후 탐구에 도움이 될 기술의 습득과 훈련(30분이 1단위), 향후 쓸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자료 및 문헌 읽기 (1챕터 및 1편이 1단위), 향후 쓸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아이디어 및 주요 논증노선 정리, 문헌조사 및 다운로드 받기, 쪽글쓰기, 번역하기, 정리하기 등등 향후 도움이 될 모든 활동.

 

규범학을 공부하는 이의 탐구는 쓰는 것으로 완결된다. 그러므로 쓰는 것이 맨 앞에 오며, 시간적으로도 맨 앞에 오는 것이 좋다. 하루에 2문단(원고지 5매, A4 10point로 0.5매)을 쓰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글의 초고가 완성될 때까지는 퇴고한 분량은 포함하지 않는다. 새로 사고를 전개하고 글로 표현한 것만 계산한다. 글의 초고가 완성된 후 퇴고가 끝날 때까지는 원고지 10(4문단-A4 10point 1)1단위로 삼는다. 퇴고는 3차 퇴고까지 한다.

 

일반적으로 학술지에 투고되는 논문 분량은 200자 원고지 150매에서 200매 정도이다. 150매를 기준으로 삼으면 하루에 200자 원고지 5매 정도이면 30일이면 초고를 일단 완성하게 된다. 물론 일주일에 5일만 일하기 때문에 실제로 달력상의 기간으로 보았을 때에는 6주가 걸리게 된다. 그것을 1, 2, 3차 퇴고까지 하는 시간도 6주를 잡을 수 있다. 그러면 총 12, 3달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원칙상으로는 3달이면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게 된다. 이보다 분량이 조금 많을 수도 있고, 쓰는 것이 까다로울 수도 있으므로 최대 2달 정도의 에누리를 더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최소기준을 꾸준히 지킬 때 5달에 한 편이 최소기준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뒤에서 설명할 것과 같이 어떤 날은 하루에 2문단을 못 쓰고 30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므로 1달의 여유를 더 더하면 6달이 된다. 따라서 6개월에 1편씩, 1년에 두 편 정도가 산출된다.

일반적으로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의 경우 분량은 200자 원고지 800매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필자의 책 <철인왕은 없다>는 원고지 900매 정도다. 요즘은 책의 두께가 두꺼우면 오히려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700-800매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겠다. 800매를 기준으로 삼으면 하루에 200자 원고지 5매 정도이면 160일이면 초고를 일단 완성하게 된다. 이를 5로 나누면 32주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초고 완성에 8달 정도가 걸리는데, (출판사와 피드백을 하는 교정교열을 포함한) 퇴고에 4달을 잡을 수 있으므로 12달 정도면 책 1권이 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최소기준을 지켰을 때 1년에 논문 2 편 또는 책 1권을 산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정도의 양적 결과는 (규범학을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적인 정도다.

 

하루에 2문단을 쓰는 것은 일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30, 그렇지 않을 때에는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컨디션은 쓸 내용에 관하여 얼마나 준비가 많이 되어 있는가에 따라 다르다. 목차가 잘 짜여 있고, 목차 안의 내용을 채울 핵심 논증의 구조 라인에 관하여 평소에 계속 생각을 하고 메모를 하고 있다면, 직접 컴퓨터 앞에서 쓰는 시간은 30분 정도면 커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부분을 쓰거나 할 때는 그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리므로 리듬을 타면 그보다 많이 쓸 수도 있다. 1시간이 걸리는 경우 중간에 20-30분 정도 휴식을 두고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단 매일 꾸준히 쓰려면 상세 목차가 작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목차는 출력되어 곁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목차를 보고 그 중에서 쓰고 싶은 부분을 쓰면 되기 때문에, 순서대로 쓸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서론은 오히려 맨 마지막에 작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추가로 조사하거나 읽어야 완전하게 쓸 부분은 대강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비워두고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부분 위주로 쓰면 된다. 이전에 쓴 내용을 곧바로 이어 쓸 내용이 까다롭다는 난점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목차의 작성과 수정에는 단위를 많이 부여한다.

쓰는 것은 하루의 시작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보다 늦은 시간이 잘 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작독운향을 세는 단위에서 항상 작이 먼저 오도록 하루를 나누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613일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 글을 쓴다면, 그 날을 614일의 과제 단위로 잡아서 글을 쓰는 것이 맨 앞에 배치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글을 쓰는 것이 탐구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그 일을 일단 마쳤다는 느낌이 들어야 훨씬 더 여유 있는 마음이 되어서 다른 것도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독서의 경우를 살펴보자. 지금 쓰고 있는 주제에 관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읽었다 하더라도, 새로 추가로 읽는 것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쓰고 있는 주제에 관해서 모든 것을 읽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의문이 생겨 추가로 읽는 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쓰고 있는 주제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완성하면 그 다음으로 곧바로 쓸 주제에 관해서 읽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곧바로 쓸 주제라 함은 이미 잠정적 목차가 작성되어 있는 주제다. 그냥 써야지 하고 염두에 두고 있는 주제는 바로 다음 주제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바로 읽을거리를 다음 주제에 포함시키고 싶으면 일단 거칠게라도 목차를 대강 써놓으면 된다. 이렇게 그 다음으로 곧바로 쓸 주제에 관해서 읽고 나면 따로 정리와 글쓰기를 분리할 것 없이, 읽고 나서 새로 떠올리게 된 논증을 바로바로 쓰면 시간 절약이 많이 된다.

 

운동은 꾸준한 탐구를 위해서는 필수이다. 근력운동과 심폐운동을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니 수영이나 테니스 같이 특별히 좋아하는 운동이 없다면 헬스장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헬스장에서 쉬지 않고 운동 종류를 바꿔가며 40분만 딱 열심히 하고 나서 샤워를 하고 나면 기분이 다시 신선해진다.

작독운향에서는 동만 적어놓았지만 여기에는 실은 3가지 일이 모두 포함된다. 하루 40분 이상의 자기 능력의 70%를 활용하는 운동, 최소 7시간 20분 이상의 수면, 건강하고 적정한 식사. 건강하고 적정한 식사는 하루 2끼는 학교 급식과 같이 영양소가 골고루 있는 것을 적정 분량으로 먹는 것을 뜻한다. 장기전에서는 이 세 가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머지를 할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특히 탐구에서는 창조적 기여가 중요한데 이 세가지를 하지 않으면 창조적 기여는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잠을 4시간 자고서도 책을 타이핑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쉬운 책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논증을 전개하는 글을 쓰라고 한다면 아주 힘들다. 어려운 책도 읽기 힘들다. 그래서 '운수식'은 꼭 하루의 할 일로 들어간다. 다만 잠과 식사는 여건 형성에 의해 수동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고 시간을 정해놓고 할 일은 아니므로 굳이 명시적인 두문자로 포함하지 아니했을 뿐이다. 완전히 전개된 두문자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작 독 운 향

 

마지막으로, ‘향후 탐구에 기여하는 활동은 탐구의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사실은 탐구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오히려 하루종일 ''에 해당하는 것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글을 쓰는 것을 계속 미루게 되고, 미루다 보니 익힌 것도 계속 잊어버리게 되니 계속 더 미루게 된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능동적인 문제 해결은 글을 쓰는 틀 내에서만 완결되기 때문이다. 그 틀 밖에서 읽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사건에 당면하여 준비서면을 쓰면서 그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법리에 관한 논문을 찾아 읽는 것과, 그저 미리 공부해두면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해서 논문을 읽는 것은 그 흡수력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면한 문제에 직접 관련된 것들만 읽으면 별로 발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하게 단위를 부여해서 하루에 1단위 이상은 향후 탐구에 기여하는 것들도 봐야 한다.

 

작문, 독서, 향후 준비의 1단위는 어떤 분야를 평일 6시간 이상씩(그 분야애 관하여 강의를 듣는 시간과 혼자 공부하고 훈련하고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7년 이상 공부한 사람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각각을 1단위씩만 한다고 했을 때 보통 최대 1시간 정도가 걸리므로, 운동을 포함해서 할 일은 최대 4시간 정도면 다 마칠 수 있다. 작독향에 각각 30분이 걸린다고 하면 2시간 30분만에 할 일을 다 마칠 수 있다.

한 분야를 7년 이상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예를 들어 그 분야의 전문적인 책의 한 챕터나 논문 한편을 1시간 내에 읽는 것은 다소 버거울 수도 있겠다. 그러면 이것을 반으로 줄여 조정하면 된다. 즉 독서의 1단위를 논문 반편, 반 챕터, 작문의 1단위를 1문단으로 설정하면 되겠다.

그러나 7년 이상 공부한 사람이라 하여도 이 단위를 더 늘리지는 않는 것이 좋다. 최소수준의 전략은, 그 최소수준을 넘는 것을 전혀 금하지 않는다. 그러면 최소수준을 넘었다는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해야지, 최소수준을 처음부터 높게 잡아서 조급함을 초래하면 좋지 않다.

4단위의 최소수준 꾸준함 전략은 탐구를 부업으로 하는 이를 위한 것이다. 이 최소수준 전략을 따르면 일과 시간에 따로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탐구를 손에 놓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탐구는 일주일에 5일만 한다. 작독운향 중에서 은 탐구를 하는 사람이건 하지 않는 사람이건 모두 필요한 건강 유지 활동이므로, ‘을 빼면 작독향이 된다. 요령이 좋으면 작독향에 하루 30분을 투자하면 되므로 하루 1시간 30분으로 커버할 수 있다. 탐구를 할 기본 능력(6년 이상의 공부)이 갖추어진 사람이라면 잘 구조화된 1시간 30분으로 탐구의 끈을 놓지 않고 생산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탐구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총 4단위의 최소기준을 바꿀 필요가 전혀 없다. 다만 전업이라면 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여해야 하므로 작 1단위, 1 단위, 1단위, 4 단위로 작독운향으로 총 7단위를 맞추는 방법은 생각해볼 수는 있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권고사항을 더하고자 한다.

 

첫째는 을 이행하는 방법은 투 트랙이라는 것이다. 2문단을 써도 되지만 30분을 보내도 된다.

어떤 날은 1문단도 제대로 못 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전에 쓴 부분이 틀렸다고 생각되어 크게 수정하거나 지웠을 때는 그런 기분이 더 든다. 그러면 그 지점에서 딱 막혀서 글쓰기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작독운향의 의 경우에는 과업 1단위 외에도 시간 1단위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작문의 시간 1단위는 30분이다. 즉 작문 시간 30분을 최소한 연속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30분 동안은 다른 어떠한 것에도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평소에 재중하지 않는 공간(회사나 집 이외의 공간)으로 딱 1시간 이내에만 있겠다 하고 가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다.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열고 그 이외에 다른 어떠한 것도 하지 않고 30분은 그 프로그램 앞에 (잠을 자지 않고) 있기만 하면, 1단위를 실행했다고 간주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작문 프로그램을 열어 놓고 커서만 바라보다가 명상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도 을 한 것으로 친다. 이것을 하지 않은 것으로 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작문을 하면서 연속으로 30분을 보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중간에 논증 흐름이 막히거나, 아니면 자신의 사고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장애를 돌파하는 전략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눈을 감고 생각하고 써보는 것이다. 생각이 막힐 때에는 일단 눈을 감고 생각을 한다. 다른 곳에 가거나 다른 것을 보거나 다른 것을 듣거나 하지 않는다. 또한 눈을 감고 키보드 위에서 손을 계속 놀리는 것도 좋다. 글이 화면에 써지는 모습을 보지 않고 오로지 나의 머릿속에 만들어내는 문장에 집중하면서 일단 써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문장의 완성도는 떨어지겠지만 일단 사고를 외부로 표현하게 된다. 고치는 것은 나중이다. 쓰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고치려고 하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게 된다. 고치는 시간을 따로 두는 것이 오히려 낫다. 때로는 눈을 감는 대신 눈동자를 오른쪽 위를 향하고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면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무런 추가 정보를 주지 않는 천장이 되고, 게다가 좌뇌가 활성화된다.

두 번째는 연습장에 다음 논증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증 전략을 세부적으로 세워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고가 활성화되어서 막힌 부분을 뚫기 쉬워진다. 특히 논증 흐름이 막힌 부분은 실제로 정교한 논증이 아직 나의 머릿속에서 완성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논증을 구성하는 일과 표현하는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니 막히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이 결합된 채로 잘 풀려나갈 때도 많다. 그러나 막힐 때에는 인위적으로 이 작업을 분리하여서, 연습장에 직접 손으로 글을 써보면 좋다. 이렇게 그때그때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고 구조도를 표현하고 논증 흐름 나뭇가지를 그리려면 책상이 넓은 것이 좋다. 그래야 키보드나 노트북을 치우고 바로바로 연습장을 쓰고, 그 다음에 연습장을 독서대에 세운다음 그것을 보면서 다음 부분을 바로바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떨 때는 써야 할 내용이 지나치게 한꺼번에 생각나서 정신이 번잡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에도 써야 할 사항들은 공책에 정리해두고 나면 한 번에 하나만 기계적으로 써나가면 되기 때문에 진도가 제대로 나가게 된다. 연습장에 적어둔 것들은 좀 더 명확한 목표를 제공해준다. 저것만 다 쓰면 할 일이 끝나게 되니까 말이다.

세 번째는 강의를 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글로 논증하려고 하는 내용을, 청중을 눈앞에 두고 말로 설명한다고 상상해보면, 강사로 칠판 앞에 선 자신이 만들어내는 문장들을 받아쓴다는 식으로 글이 좀 더 잘 나가게 된다.

어쨌든 30분의 시간을 집중적으로 쓰는 데만 투자하는 루틴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1단위가 1시간이 아니라 30분인 이유도 있다. 리듬이 좋을 때 30분이면 2문단을 쓴다. 특히 퇴고를 나중에 미루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 그래서 최고 리듬이라고 일단 간주를 하고 30분을 보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작독운향 중에 부분을 빨리 완성하고 다른 일을 하자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 ‘부분이 계속 늘어지게 되면 다른 일들도 능률적으로 하지 못하니 말이다.

 

두 번째 권고사항은 퇴고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블로그에 쓰는 글들 같은 것은 부러 퇴고하지 않는다. 문맥을 완전히 오해하게 하는 오기 정도만 바로잡으면 된다. 공식적으로 출간할 글만 정식으로 퇴고한다. 정식 퇴고는 1, 2, 3차 퇴고로 나뉜다.

1차 퇴고에 관하여: 일단 초고가 완성되면 완성된 글을 주욱 읽어본다. 그러면 글의 순서, 배치, 목차 내용간 균형과 같은 형식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 논증 전략의 개선되거나 보충될 굵직굵직한 점이 눈에 띌 것이다. 그러면 그 굵질굵직한 개선점을 따로 연습장에 메모를 해둔다. 출력한 글에 그런 개선점을 적으면 오히려 정신이 번잡해진다. 개선점이 어느 부분에 관한 것인지를 연습장에 같이 적으면 된다. 글의 출력은 오로지 글의 흐름을 정확하게 조망하여 굵직한 개선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한 것이다. 그렇게 연습장에 메모를 해둔 개선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한다. 이것이 1차 퇴고의 끝이다.

2차 퇴고에 관하여: 2차 퇴고는 글의 표현 방식이다. 더 정확하게, 더 매끄럽게, 더 단문으로, 더 쉽게, 설명이 건너뛰거나 생략되지 않게 글을 고친다. 출력 없이 한문장 한문장을 검토하면서 바로바로 문서작성 프로그램 위에서 고친다. 오기나 문법상의 오류도 눈에 띄는 대로 바로바로 고친다.

3차 퇴고에 관하여: 3차 퇴고는 2차퇴고에서 바로잡지 못한 오기와 문법상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문서작성 프로그램 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출력해서 연필이나 샤프로 줄을 그어가며 읽으면 잘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렇게 3차 퇴고까지 하고 나서 기고에 들어가면 된다.

퇴고를 이렇게 삼 단계로 나누지 않으면 퇴고 작업이 매우 고된 일이 된다. 심지어 초고를 작성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필자도 예전에는 한 번에 다 퇴고하려고 하다가 출력한 종이에 아주 미로같이 무얼 적어놨다가 그걸 해독하는 것이 더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삼단계로 나누어서 퇴고하면 겪지 않아도 될 바보 같은 괴로움이다.

 

마지막으로 에 대한 권고. 향후 탐구에 기여하는 활동을 가장 잘 매듭 짓는 방법은 쪽 글을 쓰는 것이다. 쪽 글이란 2문단-4문단 내외의 핵심 논증 정리 글이다. 쪽 글을 쓰다가 글이 길어질 수도 있으나 이것은 자연스럽게 리듬에 따라서 이어가면 되는 일이고, 일단 목표는 쪽글을 쓰는 것이다. 실제로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식으로 카드에 쪽글을 쓰고, 그 카드들을 늘어놓은 다음 순서대로 배열해서 타이프라이터로 썼다고 한다. 쪽 글을 기록하기에 좋은 공간은 블로그다. 물론 공개할 필요도 없다. 향후 탐구에 기여하는 활동, 이를테면 독서나 추론의 전개 같은 것을 하고 나서 그때그때 매듭을 지어 놓지 않으면 알코올처럼 휘발되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완성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쪽글로 써두면 좋다. 특히 아이디어가 다른 선학자의 문헌을 읽거나 아니면 뉴스나 통계, 판례 같은 관련 자료를 보면서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바로 그 자료와 함께 아이디어를 써두면 좋다. 이렇게 향후 탐구에 기여하는 쪽글을 많이 많이 써두게 되면, 언제나 주제 풍년 속에 살게 된다. 써야 할 주제를 찾지 못하는 기근 상태는 거의 겪지 않게 된다. 쪽 글을 쓸 때에는 주제어를 같이 써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 쪽 글이 기본권보호의무에 관한 것이라면 제목이나 태그에 기본권보호의무라고 써두면 된다. 그러면 나중에 검색어로 정렬을 해서 그 쪽글들을 참조한 뒤에 목차를 작성하고 목차 안에다 쪽글을 일단 복사하여 붙이기로 배치하면 글을 쓰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이 글 역시 필자의 입장에서는 의 일부이다. 왜냐하면 필자는 탐구의 전략에 관한 책을 쓸 생각이 있으며, 이 글은 그 책의 일부로 발전될 쪽글이기 때문이다. 즉 이 글의 2문단을 쓰는 것은 1단위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하다 보면 리듬을 타기 때문에 불과 1시간 30분만에, 3일만에 이 글을 다 작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작독운향을 이해하게 되었으므로, 당장 다이어리, 연습장, 달력에 작독운향을 표시하도록 하자. 그리고 작독운향을 실행했다는 표시가 평일에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해보자. 탐구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의 선은 그것으로 계속 이어진다고 만족해도 괜찮을 것이다. <>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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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기오소리
    2019.07.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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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나게 구체적이어서 놀랐습니다. 향의 함정에 곧잘 빠지는 저에게 귀중한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2. 대학원생
    2019.07.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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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같은 경우 독향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으면 작으로 나아갈 용기가 전혀 나지 않는데요. 특히 영어논문을 쓸때 그러합니다. 그래서 매우 괴롭습니다.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마음은 조급하구요.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독향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쓸수 있는 만큼 매일 쓰는게 중요하다 라는 점인데요. 그러한 '작' 법이 영어논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순수하게 목차를 작성해나가는 시간도 '작'으로 볼수 있는지 여쭙습니다.
    • 2019.07.04 21: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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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2. 목차 작성도 해당합니다.

      논문을 외국어로 작성한다 하더라도 내용상으로는 차이가 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표현하는 데서 좀 더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점은 퇴고 단계에서 해결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논증구도는 떠올랐음에도 표현의 까다로움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는 해당 부분을 모국어인 한국말로 표현을 먼저 해보시고 그것을 번역하시는 방법으로 우회하는 변화를 주는 것을 시도해볼 만합니다.
      또한 표현이나 개념어에서 쓰다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은 그 의문 때문에 쓰는 것을 멈추지 마시고, 일단 타당하다고 일견 생각되는 것으로 일관되게 표현하고 나서 그 옆에 별표 두 개를 ** 표시하고, 그 다음에 관련 문헌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교정하거나, 아니면 퇴고 시에 한 번에 죽 찾아서 교정하시는 것을 시도해 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처음에 minmal harm principle이라고 일관되게 표현하되 처음 등장할 때 minimal harm principle**이라고 표기하고, 나중에 이를 찾아보고 학술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principle of least restrictive means 또는 principle of least restriction이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찾아 고치기' 기능을 이용해서 한 번에 다 고칠 수 있습니다.

      본문에 나와 있듯이 위 방법은 퇴고에 많은 비중을 두며, 이것이 처음에 글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게 하는 동력을 줍니다. 그래서 처음의 글은 아이디어를 거칠게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3. 대학원생
    2019.07.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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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까지 이리 자세하게...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런데 마지막 "예를 들어" 다음이 보이지 않아 뒷부분에 쓰시려했던 내용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
  4. 대학원생
    2019.07.0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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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선생님! 가르쳐주신대로 매일 실천하는 연습을 해나가야겠습니다.
  5. 2019.11.0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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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전에 가제로 말씀하신 <탐구 습관 기르는 법>은 언제쯤 출간하실 계획이신가요?
    선생님의 글들이 기다려집니다..!
    • 2019.11.03 17: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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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탐구습관 기르는 법>(가제)는 2020년 1월 말 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6. 허당학생
    2019.11.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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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구습관 기르는 법> 출간이 너무 기대됩니다. 드워킨의 <자유의 법>도 곧 출간되는 것 같은데 주의깊게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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