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X 법률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는데, A당의 당론은 법률안 X를 의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당 소속의 K 의원은 법률안 X에 대해 찬성 투표를 하지 않고 기권을 하였다. 그러자 A당은 이것이 당론에 위반되는 행위라 하여 K 의원에 대하여 징계를 의결하였다. 이 때 A당의 징계는 다음과 같은 A당 당규 제7호 제14조 제1항 제2호에 의거하여 이루어졌다.(이하 '이 사건 당규'라고 한다.) A당의 징계행위의 적법성에 대하여 논하라.

 

[다음]

당규 제7호 윤리심판원규정
제14조(징계의 사유 및 시효) ① 당원 또는 당직자에 대한 징계의 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당헌·당규에 위반하거나 당의 지시 또는 결정을 위반하는 경우
2.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
3. 윤리규범에 규정된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
4. 허위사실유포로 당원을 모해하거나 허위사실 또는 기타 모욕적 언행으로 당원 간의 단합을 해하는 경우
5. 당의 기밀을 누설하는 경우
6. 당무에 중대한 방해 행위를 행하는 경우
7.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8. 당헌 제84조에 따라 선거부정 및 경선불복에 해당하는 경우
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의 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직권남용 및 이권개입
2. 자신 및 배우자의 민법상 친인척 보좌진 채용
3.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4. 사실상 고용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급여 환수·후원금 등 부당 금전 수수
5. 이해충돌 및 회피 의무 불이행
6. 기타 공무수행에 있어 심각하게 품위를 훼손한 경우

 

답안:

 

1. 문제의 배경 

A당 당규 제7호 제14조는 제1항에서 통상의 당원 또는 당직자에 대한 징계의 사유를,  제2항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위 제1항과 제2항이 상호 배타적인 것인지는 당규의 형식만으로는 판단될 수 없다. 왜냐하면 당 소속 국회의원은 당원이기도 할 것이므로, 제1항은 모든 당원에 대한 징계 사유이고, 제2항은 당원 중에서도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사유를 추가로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이를테면 제1항 제8호와 같이 선거부정 및 경선불복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징계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징계사유는 제2항에 한정된다고 보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해석이다. 따라서 일응 K의원은 당규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2. 사안의 검토 

 

이 사건과 관련된 헌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8조 ②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제46조 ②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법률 조항은 다음과 같다. 

국회법 제114조의2(자유투표)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 

 

첫째로, 해당 당규는 헌법 제8조 제2항을 위반한다. 제8조 제2항은 정당의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민주성의 전제조건은 토론과 심의다.  정당이 어떤 정책적 사안에 대해 당론을 일단 정하면 그 당론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국회의원의 권한과 의무를 침해하면서까지 금지한다면 민주성의 전제조건인 토론과 심의가 갖추어지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당론에 어긋나는 투표를 소속 국회의원에게 금하는 당규는 헌법 제8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정당의 당규 중에는 그것이 정당 자체의 경향 단체로서의 속성에 관한 것과, 정당의 구조와 목적, 조직 및 활동을 틀지우는 구조에 관한 것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헌법의 규정을 직접 적용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직접 적용 받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정당이 특정 지역출신을 당원에서 배제하고 있다면 이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나 곧바로 무효가 된다. 이는 정당이 우리 헌법에서 가지는 특수한 지위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1991. 3. 11. 91헌마21 결정은 정당은 자발적 조직이기는 하지만 다른 집단과는 달리 그 자유로운 지도력을 통하여 무정형적(無定型的)이고 무질서적인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여 정리하고 구체적인 진로와 방향을 제시하며 국정을 책임지는 공권력으로까지 매개하는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정당의 당규가 헌법에서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이유가 되는 공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구조적 틀에 관한 것이라면 그 당규의 헌법 위반 여부는 직접 적용에 의해 판단된다. 정당은 당론을 정한 시점의 정당 권력의 다수파에 의해 이후의 정당의 국민의 정치적 의사 매개 기능을 고정시키는 형태의 당규를 가져서는 안 된다. 정당의 당원이 다른 경쟁 정당을 직접 지원하거나 선거운동하거나 하는 활동을 규율하는 것은 경향 단체로서의 속성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당원이 특정 정책에 관하여 자신의 판단에 의하면 A 정책이 옳은데 특정 시점의 당론으로 B 정책이 옳다고 정해졌다고 해서 A 정책이 더 낫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토론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어서는 민주성이 탈각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설사 우연히 다른 정당도 A 정책을 지지하고 있더라도 그렇다. 당에서 계속된 토론을 거쳐서도 인기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당원들로부터 권력을 수여받지 못할 것이고 각종 공천이나 경선, 당직 선거 등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원으로서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적 책임을 곧바로 지는 것은 당이 구조적으로 갖추어야 할 민주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로 해당 당규는 헌법 제46조 제2항과 대의제의 본질을 침해한다.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말하는 직무 수행에 국회에서의 투표가 포함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국회의원의 핵심 직무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로서 여러 가지 헌법상ㆍ법률상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입법에 대한 권한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고, 이 권한에는 법률안 제출권(헌법 제52조)과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포함된다.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의회민주주의의 원리, 입법권을 국회에 귀속시키고 있는 헌법 제40조,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국회의원으로 국회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국회의결에 관하여 규정한 헌법 제49조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헌법상의 권한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각자에게 모두 보장되는 것 또한 의문의 여지가 없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판례집 9-2, 154, 169-170;헌재 2000. 2. 24. 99헌라1, 판례집 12-1, 115, 125-126 참조)는 점을 여러번 반복해서 설시한 바 있다.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라는 문구는 자신이 국가이익을 위하여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따라야 한다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직업적 양심 준수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만일 정당의 당론이 자신이 국가이익을 위하여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바와 충돌한다면 헌법은 자신의 생각을 따를 것을 국회의원에게 의무지우고 있다. 그러한 의무를 위배하도록 만드는 당규는 헌법 제46조 제2항 위반으로서 무효이다. 그러한 의무를 위배하도록 하는 당규를 유효하다고 인정하게 되면,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당원 또는 당의 정치 엘리트에게 기속되는 대리인으로 변모시키게 되는 것이고, 이는 대의제의 본질에 어긋난다. 대의제에서 국회의원이 한 행위에 국민 대표로서의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국민 일부인 파당의 대리인이 아니라 각자가 (지역구민을 넘어서)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 일부의 의사에 기속되도록 하는 당규가 유효하다면 그러한 법적 지위는 이미 굴곡된 것이다. 당원이나 당 엘리트 다수의 의사에 기속되어 그대로 따라 투표할 수밖에 없는 존재는 당원이 당 엘리트의 하수인이지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런 존재가 투표한 법률은 아예 입헌 민주주의에서 정당성을 갖는 법률이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국민의 법적 대표가 아니라 국민 일부의 대리인이 당파의 명령을 받아 수행한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1991. 3. 11. 91헌마21 결정은 "대의제는 국민주권의 이념을 존중하면서도 현대국가가 지니는 민주정치에 대한 현실적인 장애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마련된 통치구조의 구성원리로서, 기관구성권과 정책결정권의 분리, 정책결정권의 자유위임을 기본적 요소로 하고, 특히 국민이 선출한 대의기관은 일단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후에는 법적으로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양식과 판단에 따라 정책 결정에 임하기 때문에 자유위임 관계에 있게 된다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고 규설시한 바 있따. 

 

또한 헌재 2009. 3. 26. 2007헌마843 결정은 우리 헌법에서 "직접민주제는 대의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도입된 제도라 할 것이므로, 헌법적인 차원에서 직접민주제를 직접 헌법에 규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률에 의하여 직접민주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대의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대의제의 본질적인 요소나 근본적인 취지를 부정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재적인 한계를 지닌다 할 것이다."고 한 바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당론에 기속되어 투표하도록 하는 당규는 직접 민주제조차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직접 민주제에서는 모든 국민이 매 정책마다 모두 참여할 기회를 가지는 데 반해, 그러한 당규는 국민의 극히 일부의 의사에 기속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직접민주제도 자유위임에 의한 국회의원의 법적 지위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법리는 물론 해석상, 즉 한층 더 강력한 이유로(a fortiori) 국민의 일부인 당원이나 당 엘리트 다수의 의사에 국회의원의 투표를 기속시킴으로써 국회의원의 법적 지위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함축한다.

헌법에 의해 계속 보유하도록 의무가 지워진 권한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므로 정당에 가입함으로써 국회의원은 자신의 심의표결권을 당론에 기속되도록 포기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09. 10. 29. 2009헌라8,결정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국가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그 본질적 임무인 입법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보유하는 권한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국회의원의 개별적인 의사에 따라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설시한 바 있다. 국회의원의 실제 포기 행위가 있었다 해도 이는 무효인데, 물론해석상 포기 의사 표시도 없이 단지 당규에서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하여 심의표결권이 오로지 당론에 의하여 행사하도록 박탈된다는 것은 한층 더 강력한 이유로 헌법위반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헌법위반을 강제하는 당규는 무효이다. 

 

이와 같은 이치는 국회법 제114조의 2가 없어도 성립한다. 하물며 국회법 제114조의 2가 위 헌법조항들을 확인하는 취지로 입법되어 국회의원의 자유투표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위 논지들은 한층 더 강력한 이유로 성립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해당 당규는 위헌이자 위법으로서 무효임을 면치 못한다. 해당 당규가 아무런 구체적인 행위 양태의 기술 없이 만연히 포괄적으로 당론에 어긋나는 당원의 모든 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합당하게 축소해석할 도리도 없다. 결론적으로 위헌위법으로 무효인 당규에 근거한 징계 처분 자체도 무효이며, 그러한 징계처분을 반복적으로 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러한 정당은 정당이 갖추어야 할 민주성을 의도적으로 파기하여 헌법 제8조 제2항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정당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셈이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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