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지 <민들레> 2010. 5-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전략)
바람직한 사회제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경쟁찬성론과 경쟁반대론을 대별되는 관념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A국가: 국회의원 선거에 쓰이는 선거 비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후보들과 그들이 속한 정당들은 정치자금을 경쟁적으로 기부 받고, 경쟁적으로 정치광고를 한다. 그래서 A국가의 선거 결과는 선거 비용을 얼마나 썼느냐와 거의 비례해서 결정된다.
B국가: 국회의원 선거를 하고 투표도 하지만, 의석 중 절반은 투표 결과에 따라 분배되고, 나머지 반은 후보들의 이름을 넣고 돌린 무작위 추첨에 의해 결정된다.
위 A, B국가가 제대로 된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느냐를 평가할 때, ‘경쟁의 정도’를 평가 척도로 쓸 수 있는가? A국가에 대해서는 “경쟁이 심하다”고 비난하고, B국가는 “경쟁이 부족하다”고 비난한다고 해보자. 전형적인 ‘그때 그때 달라요’식 결론이 되어버린다. 즉, ‘경쟁에 대한 찬반론’은 어떤 사회제도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는 기초가 될 수 없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