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지 <민들레> 2010. 5-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전략)

바람직한 사회제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경쟁찬성론과 경쟁반대론을 대별되는 관념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A국가: 국회의원 선거에 쓰이는 선거 비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후보들과 그들이 속한 정당들은 정치자금을 경쟁적으로 기부 받고, 경쟁적으로 정치광고를 한다. 그래서 A국가의 선거 결과는 선거 비용을 얼마나 썼느냐와 거의 비례해서 결정된다.

B국가: 국회의원 선거를 하고 투표도 하지만, 의석 중 절반은 투표 결과에 따라 분배되고, 나머지 반은 후보들의 이름을 넣고 돌린 무작위 추첨에 의해 결정된다.

위 A, B국가가 제대로 된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느냐를 평가할 때, ‘경쟁의 정도’를 평가 척도로 쓸 수 있는가? A국가에 대해서는 “경쟁이 심하다”고 비난하고, B국가는 “경쟁이 부족하다”고 비난한다고 해보자. 전형적인 ‘그때 그때 달라요’식 결론이 되어버린다. 즉, ‘경쟁에 대한 찬반론’은 어떤 사회제도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는 기초가 될 수 없다.

(후략)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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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pti
    2010.06.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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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 글은 너무 좋은 글이네요. 어지간하면 댓글 안 다는데 정말 굿 포인트입니다.

    좋고 나쁨(good and bad-대부분의 경우 efficiency의 문제)과 옳고 그름(right and wrong-moral의 문제 )을 구분 못 할 뿐만 아니라 좋고 싫음(taste의 문제)까지도 그것들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이런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 2010.06.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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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이 글이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도 글이 시원시원하게 읽히고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를 동일한 영역의 것으로 오해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지 경계해야겠습니다.
  3. 초코비
    2011.11.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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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넘게 지속된 경쟁에 관한 나의 혼란에 많은 도움을 준 글이다. 이 문제는 나에게 중요한 쟁점으로 풀리지 안은 채 남아있었다.

    지나친 경쟁의 폐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스콧 니어링 같은 사람의 경쟁은 옳지못한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에 귀가 솔깃한다.

    하지만 그 경쟁을 이겨낸 자들이 강하게 그대들도 경쟁에 이겨서 나와 같은 삶을 살라는 정열적인 메시지-눈에 보이는 확실한 성과와 함께하는-를 보면 또 거기에 마음이 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경쟁하는게 좋으냐 아니냐에 대해서 생각하다 더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제도에서 뿐 아니라, 개인이 삶의 태도를 결정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살 것인가 아닌가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나도 그랬다) 그러한 고민 역시 그걸 생각하다 더 본질적인 면을 놓치게 되는 ‘썩 현명하지 못한 질문’ 인 것 같다.

    몇 번을 읽었다. 특히 4번 파트가 엄청 마음에 든다. 정말 중요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는 글이다. (블로그에 링크 걸어서 데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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