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이기주의는 "모든 사람의 모든 행동은 어차피 이기적이므로, 사람들의 행동을 도덕적인 측면에서 더 낫고 더 못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다. 간단히 말해, "모두가 이기주의자이므로 뭐라고 하지 마라!"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특히 철학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중학생에게 인기가 좋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인식과 추론의 근거들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철학을 하려면 '언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리적 이기주의자는 언어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1) 당신이 우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지 않으면, 당신은 당신의 편리함을 위하여 아이의 생명을 도외시하였으므로 당신은 이기적이다.

(2) 당신이 우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였다면, 당신은 (i) 아이의 부모나 이웃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그랬거나 (ii) 죄책감의 고통을 피하려고 그랬거나 (iii) 누군가를 구하여 뿌듯함을 느끼려고 그랬거나 등등의 이유 중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하였다. 이한마디로, 구하지 않은 경우보다 구한 경우에 심리적 쾌락이 더 많거나 심리적 고통이 덜하기 때문에 구한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당신의 심리적 쾌락 증진과 고통 회피를 위하여 아이를 구하였으므로 당신은 이기적이다.

 

따라서 당신은 우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였든, 구하지 않았든, 이기적이다. 따라서 당신은 무조건 이기적이다. 따라서 당신은 남들보고 도덕적으로 행동하라느니 말할 자격이 없다. 모든 행위의 도덕적 가치는 무차별하다.

 

현실에서 이것과 비슷한 판본의 이야기로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부자가 자신의 권력과 부를 남용하여 가난한 사람을 핍박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네가 권력이나 부가 없어서 그렇다. 네가 그 입장이었다면 당신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이익을 위해 최선인 것을 주장하고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 또한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답이 없고, 어차피 힘으로 해결될 문제다."와 같은 도에 통달하고 세상의 이치를 꿰뚫은 척 하는 자의 일갈이 있다.  

 

 

첫째, 심리적 이기주의는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단어의 외연이 클수록,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는 줄어든다. 그런데 심리적 이기주의는 모든 의도적 행위를 '이기적'이라고 기술한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려고 의도하였고, 의도한 바대로 그 행위를 했다면, 심리적 이기주의자의 언어사용 방법에서, 그 사람이 '이기적이지 않다'고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 심리적 이기주의자에게 '이기적'이다라는 말은 '의도적으로 행위하였다'라는 말과 동등하다. 모든 의도적 행위는 이기적 행위이다. 그리고 이것은 심리적 이기주의자에게는 경험적 주장이 아니라 개념적 주장이다. 즉, 어떤 사람이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택지를 취하였다면, 그러한 선택지를 취하는 것은 (적어도 심리적인 비용과 이득 측면에서) 언제나 이기적이다. 그러므로 심리적 이기주의자는 의도적 행위이면서 이기적이지 않은 행위를 기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기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의도적'이라는 말의 의미와 외연적 동치가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의도적 행위가 의도적 행위임에 동의한다. 그러므로 심리적 이기주의자는 실상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동어반복, 즉 토톨로지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토톨로지로부터는 모든 행위가 도덕적 측면에서 무차별하다는 결론이 전혀 도출되지 않는다.

 

둘째, 심리적 이기주의는 도덕의 주된 영역이 어떤 행위를 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어떤 측면에서 기술하느냐의 문제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도덕의 주된 영역은 심리 상태의 묘사가 아니라, 어떤 행위가 허용가능하고 허용불가능하느냐를 기술하는 것이다.

(1) 당신은 매우 즐거워하면서 길을 건너기 힘들어 하는 할머니를 부축해서 길을 건너게 해준다. 뿌듯하다.

(2) 당신은 매우 괴로워하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종교적 신조를 지키기 위해, 동성애자들을 살해한다.

 

이 중에서 (1)은 심리상태가 즐겁고 (2)는 심리상태가 괴롭다. 그러나 (1)행위는 허용가능하고 더 나아가 권장되는 행위다. (2)는 허용불가능한 행위다. 그리고 도덕에 대한 담화는 왜 (2)의 행위가 허용불가능한가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심리상태의 문제는 이것을 먼저 파악하고 난 뒤에 나오는 것이다.( 즉, 되도록이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권장되는 행위를 즐거워하는 미덕을 지니는 것이 좋고, 또한 설사 그 행위를 즐기지 않는 때가 가끔 오더라도 그 행위가 옳다는 이유로 그 행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

 

권력과 부가 있는자가 그 자원들을 남용하여 다른 이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심리상태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나쁘다. 권리를 핍박받은 사람들이 저항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심리상태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정당화되며 타당한 행위이다.

 

심리적 이기주의는 도덕의 담화를 지나치게 자기매몰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자기매몰적 관점에서는 눈에 두드러지는 것이 욕구와 장애, 즉 심리상태일 뿐이다. 그러나 도덕은 필연적으로 관계적인 영역이며, 자기매몰적 관점은 논의의 출발점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심리적 이기주의는 틀렸다. Q.E.D.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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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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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14.04.20 23: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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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4.08.0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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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동의합니다만, '모든 의도적 행위는 이기적 행위'라는 도식을 이끌어냈다는 사실 자체로 하여 그것을 tautology라고 부르는 것은 오류가 아닌가 합니다. 이기적/의도적이라는 말이 서로 다른 속성에 의해 규정지어짐에도 불구하고 두 단어가 결국 동치가 된다는 것을 논증해냈다면, 동어 반복이라고는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정삼각형을 세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으로 정의하고 바른세모꼴은 세 각의 크기가 같은 삼각형으로 정의했다고 합시다. 이 때 우리는 정삼각형은 곧 바른세모꼴과 같다는 사실을 논증해낼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tautology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좋은 글이지만 심리적 이기주의를 비판적으로 논증하는 세부적인 방식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려서 글을 남깁니다. 의도적 = 이기적이라는 논증 자체가 옳음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반박함에 있어 그 논증의 내용 자체보다는 결과를 놓고 그것을 무의미한 행위로 전락시키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이한
      2014.08.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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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로, 심리적 이기주의자가 '의도적' 행위를 '이기적'으로 보는 것이 '경험적'인 주장이 아니라 '개념적'인 주장입니다. 즉, 심리적 이기주의자는 개념적으로 어떤 경험적 사례를 들어도 의도적인 행위는 이기적으로 될 수 밖에 없게 '이기성'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 세계에서 우연히 외연이 동일하게 된 경험적 주장이 아닙니다.

      둘째로, 정삼각형에서 세 변의 길이가 같다는 문장(a)과, 바른세모꼴에서 세 각의 크기가 같다는 문장(b)은, 서로의 개념을 언급하지 않고 일단 독립적인 내용을 갖습니다.
      반면에 심리적 이기주의자에게 '이기적'이라는 것은 언제나 '의도적으로 행동하였다'를 언급함으로써 예화된 대상을 갖게 되는 함수입니다. 심리적 이기주의자가 '의도적으로 하였다'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고 이기적이다라는 것을 독립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즉 말씀하신 논증 성공의 요건인 "서로 다른 속성에 의해 규정지어준 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규정을 하는 순간 심리적 이기주의자는 개념적 전략에서 이탈하여 경험적 진술로 전락하고, 많은 반례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아픈 동생을 간호한다거나 하는 일, Unicef에 기부하는 일, 장관이 되는 길을 버리고 혁명 게릴라에 가담하는 일, 고문의 위협을 무릅쓰고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일, 승진 기회는 커녕 퇴출 압박이 예정되는데도 내부고발을 하는 일,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의무이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안하면 편한 어떤 일을 묵묵히 하는 것) 즉, 심리적 이기주의자에게 '이기성'은 '의도성'을 그 요소의 전부로 하는 함수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토톨로지이며, 드신 삼각형과 바른세모꼴의 사례와는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심리적 이기주의자 특유의 언어 용법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심리적 이기주의자가 아닌 보통 사람, 일상 용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그 논증을 평가하게 되면 심리적 이기주의자가 토톨로지를 범하지 않았다고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심리적 이기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용법에서 '이기적' '의도적'이라는 말은 당연히 서로 다른 속성에 의해 규정지어집니다. 일상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볼 때에는,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선택하였을 경우에 고려하는 사항은 자신의 이익에 관한 사항과 타인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도적 행위는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의 함수가 됩니다. 반면에 심리적 이기주의자에게는 자신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모두 묶입니다.
      이 용법상의 차이가 심리적 이기주의자의 논증에는 숨겨져 있기 때문에, 즉 심리적 이기주의자는 일상용어의 '자신의 이익'에 기초해서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식의 인상을 포장하기 때문에, 심리적 이기주의자가 서로 다른 속성에 의해 규정지은 것이 동치라는 것을 논증했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심리적 이기주의자가 흔들리지 않는 개념적 승리를 구축했다면, 바로 그 일상용어의 특징, 즉 '이기적'과 '의도적'을 서로 다른 속성에 의해 규정짓는 부분을 허뭄으로써, 즉 원래 일상용어에서는 당연히 토톨로지가 아닌 것을 은밀하게 토톨로지로 만듦으로써 그 승리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3. 큐브
    2014.10.0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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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다가 글을 보고 댓글다는데요. 개인적으로 담화를 나누고싶어서요.
    이메일이나 인터넷쪽지 같은 방법으로 메시지보낼수있는 방법좀 남겨주세요
  4. ㅇㅇ
    2014.10.09 02: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심리적 이기주의에 대한 정의부터 약간 불공평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심리적 이기주의에 대한 정의를 "세상의 모든 행동은 이기적이다"부터 출발하는데, 그러면 어떤 이론이 저격에서 피할수 있을까요?
    인간이 도덕적이다라고 주장하면 "세상에 모든 이는 도덕적이다"라고 주장하는것과 같은 것인가요?
    경제학에서 모든 행위자를 이성의 주체, 즉 합리적 판단을 하는 인간으로 정의하듯이 그것은 어떤 절대적인 진리의 설파라기 보단 하나의 이론체계를 세우기 위한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제가 잘 이해하진 못했으나 , 이기적 행동은 의도적 행동과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으며 반박불가하다는 첫번째 주장은 의미가 없는것 처럼 보입니다. 마치 모든 이는 경제학에서 모든이는 합리적이라는 가설이 반박불가하니 성립하지 않는다와 다를바 없어 보입니다.

    • 이한
      2014.10.1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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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논지에 불공평한 정의를 주장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심리적 이기주의에 일어났습니다.
  5. 2019.04.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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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적인 당신 이 글을 보고있을 중학생, 보다 어린 친구들을 위해 틀리지 않았다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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