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태의 기술


수서발 KTX를 별도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케 하는 방안을 정부가 밀어부치고 있다.


이것을 정부는 민영화의 수순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민영화가 아니라면 즉 어차피 공영이라면 도대체 왜 그러한 일, 즉 KTX 운영의 많은 부분을 별도로 떼어내 운영하는지 이성을 가진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일단 사태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1) 수서발 KTX는 출발역만 다를 뿐, 구간의 대부분을 기존 KTX 선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출발역이 수서역인 점만 다를 뿐, 코레일의 시설과 자산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2) 즉,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별도 법인에게 준다는 것은, 기존 철도 시설과 자산 중 상당부분을 그 법인에게 넘겨주고, 그 별도 법인이 그렇게 넘겨받은 것으로 돈을 벌게 하겠다는 것이다. [. 국토부가 철도공사에서 보낸 '경영효율화 종합대책'은 철도공사의 기능(여객, 화물, 업무지원)들을 떼어내 자회사로 배치하는 계획을 근간으로 삼고 있고, 고속열차와 중고속열차에 대해 요금상한제를 폐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사인2013. 12. 28. 제328호 33쪽)]

(3) 이렇게 되면 수서발 KTX 운영회사는 아무 노력 없이 공짜로 종래 KTX매출 중 수천억원을 가져가게 되고, 코레일은 수익성이 악화된다.

(3.5) 한편 수서발 KTX 운영회사는, (법률가들의 반대 견해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설사 형식적으로 공단이 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수도권 지하철 9호선이 그렇듯이, 외주화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민간기업이 그 운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4) 수익성이 악화되면 코레일은 기존 철도 노선 중 일부를 반납하게 된다.

(5) 이렇게 반납된 노선은 민영화된다.

(6) 수익성이 낮은 노선이 반납되고, 이것을 수익성이 높게 보장해서 민영화할 것이므로, 가장 공공 접근성이 필요한 지역의 사람들의 이동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7) 주식회사 형태 설립은 소유권의 양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철도공사와 같은 형태로 설립을 하면 될 일이다.)

(8) 주식회사의 정관변경은 행정부가 결국 자의대로 할 수 있으며 상법에도 어긋날 소지가 있어 민영화에 대한 안정장치가 되지 못한다.

(9) 한번 외국자본으로 넘어간 소유권에 대한 면허박탈 등의 조치는, 한미 FTA의 역진방지조항에 의하여 투자자-국가제소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부의 '공언'이나 의회의 '결의'는 아무런 실익도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10) 철도공사의 부채는 민영화나 수서발KTX 설립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첫째, 부채는 철도운영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시에 의해 떠안은 본업외 사업에 의해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고, 둘째, 그 외 적자 역시 공공성을 갖는 운영에 의해 생긴 것이며 이에 대해 정부에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서발 KTX 설립은 알짜 노선을 내어주는 것으로, 철도공사가 이렇게 노선을 내어주지 않았을 때에 비해 매년 부채가 수천억원 더 생기는 것으로, 부채를 없애기 위해 수서발KTX를 설립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철도공사 출범 당시 5조 8000억여원이었던 부채는 고속철도 건설 관련 부채와 국토부 압력으로 떠맡다시피 인수한 인천공항철도의 부채를 합산한 것이다.(시사인2013. 12. 28. 제328호 33쪽) 그 뒤 부채가 11조원 늘어났는데 이 중 8조 4000억여원은 용산개발사업 등, 철도운영과 관계없는 '영업 외 부문'의 수지다. (같은쪽) 본업 부문의 영업손실은 철도공사 출범이후 2조5727억원인데, 이는 장애인, 노인,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운임 할인,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는 벽지 노선(경북, 영동, 정선, 태백, 동해, 대구경전선) 운행 때문이다. 이로 인한 비용이 2005-2009년 사이 2조991억원 정도다.(34쪽) 정부는 이러한 공익서비스 의무 보상금 중 일부(1조4703억원)만 지원했다. 또한 철도공사가 철로를 사용한 대가(선로사용료)를 국토부에 내고 있는데, 2005-2009년 모두 2조9000억원 정도를 냈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단히 높은 편이다. 또한 2009년 현재 승객들은 100원의 비용이 드는 서비스를 72원에 이용하고 있다.]  


(참고자료: 현직 기관사 인터뷰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50956   )


결론적으로, 현 사태는 KTX 민영화의 수순이 맞다. 그런 수순이 아니라면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 전혀 설명할 수 없다.

(왜 새로운 선로를 이중으로 깔고 자기 자산을 투여한 회사가 무슨 면허를 받는게 아니라, 기존 구간의 선로 이용을 그냥 가져가는 회사가 생기는가?왜 굳이 공영 기업을 두 개로 나누는가? 코레일의 수익성이 문제라면서 그 수익성을 더 악화시키는 조치를 왜 취하는가? 왜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하는가?)


2. 자유연상 기법과 독단적 교리 암송.


자유연상 기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공기업은 경쟁이 없는 독점이라서 방만한 경영을 하게 된다. 따라서 경쟁이 필요하다. 경쟁을 하면 효율적인 민간 기업이 다투어 혁신하므로 값이 싸지고 서비스가 좋아진다. 따라서 이런 경쟁을 위해 그 운영권이나 소유권을 민간이 가져갈 필요가 있다."


(1) 독점. - 독점에는 자연적 독점과 인위적 독점이 있다. 인위적 독점은 치약이나 빵처럼 복수의 생산주체가 생산이 가능함에도 장벽을 세워 진입을 금지하여 실물적인 경쟁생산을 막는 것이다. 반면에 가스, 수도, 철도와 같은 네트워크망 기간시설은 같은 시설을 복수로 건설하는 것이 큰 비효율이기 때문에 자연독점 부문이다. 그래서 이것에 소유권이 어떻게 분할되건 간에 실물적으로 재화나 서비스가 비독점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철도 선로를 구간별로 다른 주체가 운행하여도 그 구간에 대해서 독점은 마찬가지다. 정부의 자유연상 기법은 자연독점과 인위적 독점을 함부로 섞어서 마치, 정부의 안이 실물적인 경쟁을 낳는 안이라는 허위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 경쟁 - 경쟁은 매우 폭넓은 현상을 포괄하는 단어다..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5:1 이 아니라 70:1 이 된다면 경쟁은 늘어났지만 어떤 실물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추가 생산이나 혁신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쟁은 지대추구 경쟁으로 소비자 선호의 만족과 무관하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경쟁은 '시장경쟁'이다. 그러나 자연독점을 없애지 않을 것이라면, 즉 선로를 여러 개 깔지 않을 것이라면, 소유권이 분할되어도 그 부문 내부의 시장경쟁은 존재하지 않게된다. 예를 들어 선로부문과 운송부문을 나눈다고 해도 선로와 운송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운송부문과 객차 서비스 부문을 나눈다고 해도 운송과 객차 서비스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경쟁이 효율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는 시장가격의 정보전달기능을 하는 점이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늘어났거나 공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수많은 생산/소비 주체들은 이 가격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한다. 그 결과 자원투입의 효율화가 발생한다. 둘째로는, 이와 같은 복수의 조정과정에서 보다 빨리 시장가격에 반응하는 이가 이득을 거두므로, 각 경제주체는 자신의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를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혁신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반면에, 자연독점 부문을 선로구간으로, 또는 사업부문으로 쪼개어 소유권 분할하는 것은 시장가격의 정보전달기능을 개선시키지도 아니하고, 또한 복수주체의 조정과정도 없어 혁신의 유인에 의한 지식의 활용도 가능케 하지 않는다. 

자연독점사업의 일부 사업부문에 대한 최저가 입찰자를 낙찰시키는 것은 시장경쟁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최저가 입찰자가 질낮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도, 소비자는 그것을 그대로 이용할 수 밖에 없고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자-소비자의 상호작용이 배제되어, 재화용역의 질과 시장가격과의 상호작용이 성립하지 않는다.  

 

3. 부문 내 시장경쟁이 없는 곳에서 대안은 분할적 사유화(privatization)가 아니라, 시민참여적 규제와 규율이다.

 

시장경쟁이 없다면, 그 부문 내에서 여러 공급자에 대한 '돈'에 의한 투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서발 KTX가 서울역 KTX보다 못하다고 해도 수서역 근처 사람들은 수서발 KTX를 탈 것이다. 공공성을 가진 자연독점 부문에 대한 통제는 따라서 소유권 분할에 의해, 기본적 필요를 빌미로 삥을 뜯는 사업자를 복수로 길목마다 세우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요금제한과 벽지노선, 사회적 약자의 보조와 같은 공공성을 없애면서 지대추구적 경쟁만을 양산하며, 네트워크 시설의 '규모의 경제'를 철저히 비효율적으로 망가뜨린다. 대안은 시민참여적 규제와 규율이다.

 

장하준 <국가의 역할> 제9장의 논의는 이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특히 아래 4항을 보라.

1. 공기업 실적은 최고에서부터 최악까지 있다.
2. 기업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즉 시장 경쟁의 수준, 기업의 규모와 설립 연수, 유치 산업이냐 사양산업이냐 성숙산업이냐 등 산업의 발전 상태 중에서 소유형태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경쟁이 독점상태인데 소유형태만 바꾼다고 해서 실적이 향상되기보다는 단지 거대한 사적 지대추구부문만을 창출하는 것일 수 있다)
3. 공기업을 지나치게 분산매각하게 되면 주인-대리인 문제 때문에 경영감시 기능이 어렵고, 지나치게 소수에게 매각하게 되면 헐값으로 매각된 독점기업으로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정실 자본주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4. 소유형태 변환보다도, 공기업 실적 향상을 더 직접적으로 도모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1) 목표의 명확화와 적은 수의 목표간에 우선순위 정하기, 정보 수집의 개선, 인센티브 개혁, 비용이 적게 되는 감시 제도의 수립 등 조직개혁으로도 상당한 효율성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
(2) 다른 공기업과의 경쟁(영국에서 국영 버스와 국영 철도가 경쟁), 국내 사기업과 경쟁, 수출시장에서 경쟁 등을 촉진하도록 환경 및 법규를 조성하는 것은 독점 상태를 그대로 두고 소유자 변경을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3) 공기업과 관련된 후견주의적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정치개혁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발도상국에서는 민영화된 독점 사기업을 중심으로 후견주의 유착은 계속 이루어질 수 있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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